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들어온 필리핀 여성 100명이 서울 시내 가정에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임금체불, 무단이탈, 통금 문제 등이 불거졌다. 내년 상반기 1200명 규모의 본격 시행을 앞둔 만큼 이번에 노출된 문제점을 신중하게 점검해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3일 근무를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한 달 사이 2명이 무단이탈했다.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는데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교육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고 오후 10시로 정해진 숙소 통금이나 이동·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임금체불이나 인권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도입은 일과 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높은 비용 부담으로 대부분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임금은 하루 8시간인 전일제 근무를 기준으로 올해 최저임금(시급 9860원)을 적용한 월 238만원(4대 보험료 등 포함)이다. 30대 가구의 지난해 중위소득이 월 509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가사도우미와 비용 면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장점이 거의 없다. 한편 일부 부유층에서는 유창한 영어 실력에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필리핀 관리사를 자녀 영어교육을 위해 채용한다니 애초 취지를 벗어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사관리사 비용이 우리보다 훨씬 저렴한 홍콩과 싱가포르(40만~60만원) 등의 사례를 들어 이들의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국제 기준과 국내법에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대안으로 제시한 대로,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 방식을 통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우회할 수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국내 이용자가 직접 고용 주체가 되는 형태로, 이 경우 국제 협약에 위배되지 않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시범사업 평가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