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권 내분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엔 김 여사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측으로부터 지역구 공천 청탁을 받은 뒤 답장을 보낸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김 전 의원 측 인사인 명태균씨에게 ‘단수(공천)는 나 역시 좋지.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만나서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창원의창 보궐선거 당선으로 5선 의원이 됐으나 올해 4·10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명씨가 공개한 문자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을 위로하는 의례적인 문자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할 만큼 친분이 있는 명씨와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된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오해를 살 만하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문자를 보낸 데 이어 전화까지 걸어 김 전 의원의 컷오프(공천탈락)를 알려 줬다고 명씨는 주장했다.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대통령의 배우자라고 해서 여당의 공천 과정을 들여다보거나 보고받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설사 그런 내용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공식 발표 전에 이를 누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이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은 자신이 김 여사와 윤 대통령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공천을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명씨의 주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장하기 위한 허위 주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명씨는 김 전 의원으로부터 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창원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여사 리스크가 이렇게 오랫동안 국정을 발목잡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김 여사 문제 해법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도 가로막고 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특검법에 두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한 날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 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불화는 어색하다. 7·23 전당대회 당시 김 여사와 사이가 틀어진 한 대표를 비방하는 보도를 하도록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 인사가 특정 매체에 사주했다는 의혹도 여권을 자중지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독소조항이 많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불가피했다. 그러나 김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동의하지 않는 여론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로 인한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