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학병원 5곳 응급실 의사 ‘반토막’

입력 2024-10-04 01:12

부산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에 남아있는 의사 수가 30명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한 대학병원에 의사 11명이 집중돼 있어 의정 갈등 장기화 속 살얼음판 같은 응급 의료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의료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부산지역 대학병원의 응급실 의사 수는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대병원 8명, 인제대 부산백병원 6명, 동아대병원과 고신대병원은 각각 4∼5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지난달 실시한 ‘지역별 응급실 근무 의사 현황’에 따르면 부산은 대전·충남과 함께 전국에서 응급실 의사 감소율이 50% 이상으로 큰 편에 속했다. 의정 갈등 이전 해당 대학병원 응급실 5곳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전공의를 포함해 모두 69명에 달했다.

이에 일부 대학병원은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의사 구하기’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여전히 의료진의 신상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걱정하는 의사가 많아 채용마저도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의사 충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 측에서도 채용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실 운영 축소 등 최후의 방법까지 내부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최소 5명이 있어야 응급실이 정상 운영된다”며 “현재 배후 진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응급실마저 인력이 부족해지면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더 심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