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 ‘자율규제’ 공회전 끝 좌초 위기

입력 2024-10-04 02:54

지난 4월 출범한 모바일 상품권 분야의 자율규제 기구가 반년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기약 없는 ‘공회전’에 지친 가맹점주 측이 협의체 탈퇴 의사를 드러내면서다.

3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김광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최근 ‘모바일 상품권 민관협의체’를 탈퇴하기로 하고 본사 측 단체인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다. 김 공동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30일)에도 회의가 있었지만 성과는 전혀 없이 겉돌았고, 우리는 탈퇴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라고 밝혔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e쿠폰 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3조4000억원에서 2023년 9조8000억원으로 4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10%에 육박하는 높은 수수료율과 최대 45일에 이르는 정산 주기다. 모바일 상품권 사용이 확대될수록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소상공인·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합리적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민관협의체에는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 카카오·11번가 등 주요 플랫폼,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주, 소비자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김 공동의장은 가맹점주 측의 유일한 대표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민관협의체는 실질적인 논의 없이 공전만을 지속해왔다. 우선 회의 자체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회의는 지난 4월 출범식 개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단 2차례가 전부다. 공정위 내부에서의 우선순위가 비슷한 시기 추진된 배달앱 분야 상생협의체에 밀린 탓으로 풀이된다.

사안의 핵심인 수수료 문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김 공동의장은 “아직까지 수수료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플랫폼 측은) 오히려 자신들은 본사와 계약한 것이니 가맹점주는 배제하고 본사와만 얘기하겠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안이 지연될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플랫폼뿐인데, 공정위가 합의를 종용하는 소극적인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아직 김 공동의장으로부터 협의체 탈퇴 의사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모으면서 모바일 상품권은 다소 논의가 지연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제 숙박 앱은 정리가 됐고 배달앱도 조만간 논의가 종료되니, 모바일 상품권 문제도 가급적 연내에 마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