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츠기’는 일본에서 유래한 도자기 수리 기법이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밀가루 풀이나 옻칠로 이어 붙인 뒤 깨진 선을 따라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려서 장식하거나 수리하는 공예다.
긴츠기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통치기를 아우르는 모모야마 시대(1573~1615)에 풍미했던 와비사비(わびさび)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와비사비는 덜 완벽하고 단순하며 본질적인 것을 뜻하는 와비(わび)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さび)가 합쳐진 용어다.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미적 관념으로 통용되는데, 어떤 물건이 망가지거나 오래 사용해 낡아지더라도 버리지 않고 하나의 역사로 받아들이면서 계속 사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조다. 일본에서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 긴츠기로 수리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 내주기도 한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깨진 그릇이 화려하게 부활해 제 몫을 감당하는 셈이다.
긴츠기 도자기가 떠오른 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어느 댓글을 보고 나서다. 한 유명 인사의 비위를 다룬 기사에 조롱하듯 걸린 댓글은 ‘넌 이제 그걸로 끝이야’ 같은 어조로 느껴졌다. 실수나 실패, 패배조차 용인해선 안 되는 것처럼 재단해 버리는 각박한 세태의 단면이다. 한순간의 실수와 오판으로 죗값을 치른 전과자는 새출발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범죄 경력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다시 범죄의 늪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다.
안타까운 건 이제 막 피어나는 꽃 같은 청소년의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촉법소년 수는 1만9654명으로 집계됐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말한다. 2019년(8615명)과 비교하면 최근 4년간 배 넘게 늘었다. 절도(49.5%)가 가장 많고 폭력, 강간·추행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인 범죄는 마약범죄로 2019년 2명에서 지난해 50명으로 25배나 폭증했다. 최근 들어서는 딥페이크(AI를 이용한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등 디지털 범죄가 급증 추세다.
문제는 이들 청소년의 미래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면 새파란 촉법소년들에게 무거운 멍에를 씌우는 일이나 다름없다. 인생을 바꾸는 요인으로는 사건, 노화, 배움, 관계, 경험, 성공과 더불어 실패가 있다고 한다. 이들 요소는 인생을 성숙하게 만드는 재료이기도 한데 실패가 포함돼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도자기로 치면 여기저기 금이 가거나 깨진 경험이 있는 인생이다.
성경은 실패하고 낙심하고 깨진 이들을 고쳐 쓰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속고 속이는 삶 가운데 험악한 인생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야곱은 축복의 대명사로 불린다. 부하의 아내를 겁간하고 그걸 숨기려고 부하를 전쟁터에 내보내 죽게 만든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고 칭찬받는 주인공으로 기록돼 있다. 새벽닭이 울기 전 예수 그리스도를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는 가장 용감한 전도자로 변신한다. 긴츠기 도자기처럼 깨진 인생의 화려한 부활 스토리다.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힌 이들과 그래도 그들을 품어야 하는 부모와 가족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리기 힘들다. 모든 것이 SNS로 순식간에 까발려지는 세상 속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더 좁을 수밖에 없다. 사람 고쳐 쓰는 성경의 이야기를 믿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가 교회라면 깨진 인생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재기하도록 용기와 희망을 건네는 곳이 돼주는 게 마땅하다. 교회가 긴츠기 인생을 빚어내는 공방인 셈이다.
긴츠기 공예는 꾀를 부리면 완성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같은 동작으로 접착제를 여러 번 바르고 사포질을 꼼꼼히 해야 값어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품어야 할 깨진 인생 역시 인내심을 갖고 정성들여 섬길 때 긴츠기 인생을 빚어낼 수 있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박재찬 종교부장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