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세련되게 기도하자

입력 2024-10-04 03:08

오늘 본문을 보시면 가나안 여인이 나옵니다. 마가복음 7장에서는 이 여인을 수로보니게 여인이라고 소개합니다. 한 마디로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여인이야말로 기독교인이 할 수 있는 ‘세련된 기도’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이방 여인이 예수님께 부탁을 합니다. 자기 딸이 귀신 들렸다고 고쳐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묵묵부답이십니다. 평소와는 다릅니다. 누구든 고쳐달라고 하면 아무도 외면하지 않으셨는데 이번만큼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갈 길만 가십니다.

그러자 이 여인이, 이 어머니가 어떻게 했을까요. 소리소리 지르면서 예수님과 제자들을 따라갑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말합니다. “예수님, 너무 시끄러운데 웬만하면 고쳐주시고 돌려보내죠.” 그런데 예수님은 오히려 충격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을 위해 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 이방 여인의 딸을 고쳐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이 가나안 여인이 어떻게 했을까요. 예수님 앞으로 뛰어나가서 무릎 꿇고 절하며 말했습니다. “주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창피하지도 않나 봅니다. 그러나 그래도 여기까지는 부모라면 다 할 수 있을 겁니다. 딸의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예수님은 이 여인에게 정말 자존심 상하는 말씀을 하시죠. “자녀의 떡을 취해서 개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그랬더니 이 여인이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수치와 모멸감을 뒤로하고 말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그거라도 주실 수 없을까요?”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기도 아닐까요. ‘세련된’이라는 말은 그 상황에 맞는 그 자리에 적당한 말과 행동을 의미합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예수님이 마지막 보루인 상황에서 가장 세련된 기도는 소리 지르고 따라가고 달려가서 무릎 꿇고 나를 개처럼 취급하든 말든 “주님밖에 없습니다”라고 납작 엎드리는 것,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기도가 아니겠습니까.

급해 죽겠는데 정말 미치겠는데 그런 걸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잘 극복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그런 척’하는 것을 세련되고 젠틀한 신앙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볼품없고 가식적이고 무책임한 신앙의 모습 아닐까요.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기도의 입구에서 서성거리고만 있습니다. 기도하고 싶다면서도 실제로는 하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재면서 변명만 합니다. 그러나 기도는 그냥 전격적으로 하는 겁니다. 가나안 여인처럼 뛰쳐나가면 되는 겁니다.

도저히 답이 없고 너무나 절박할 때, 그때는 소리소리 지르고 눈물 흘리고 무릎 꿇고 자존심 버리고 강대상에 뛰어 올라가고 하루 24시간을 기도하고 며칠이든 금식하며 기도하십시오. 그것이 세련된 기도입니다. 그런 세련된 기도로 상황을 돌파하는 기도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달훈 대전 동행한빛교회 목사

◇동행한빛교회는 코로나 시대에 개척한 ‘창고형 교회’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생태 지형도가 크게 바뀔 것을 예감하며 올라인(all-line)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해왔던 것을 해오되 안 했던 것들을 하려는 교회입니다. 말씀을 역사적 맥락으로 해석하고 하나님과 독대하며 기도하고, 이것을 유튜브를 통해 전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