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접견 기회 위한 수단”… 최, 진술 번복 신빙성 낮다 판단

입력 2024-10-03 00:18
사진=최현규 기자

검찰은 2일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최재영 목사가 의도를 갖고 계획적으로 선물을 준비해 접근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접근한 경위, 사건 초기 “잠입 취재 목적 선물”이라고 했던 최 목사의 주장 등을 고려할 때 선물의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선물의 청탁성에 대한 최 목사 주장이 뒤바뀐 점도 핵심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이날 김 여사와 최 목사 등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두 사람의 친분 형성 경위와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선물은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시간50분가량 PPT를 활용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불기소 처분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3차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각오로 자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목사는 검찰 조사 이전부터 여러 매체에 출연해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스스로 설명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최근 “선물은 청탁 목적이 맞는다”고 말을 바꿨는데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최 목사가 검찰 조사에서 “화장품 등은 순수한 마음으로 준비한 취임 축하 선물” “디올백은 접견을 위한 ‘입장권 티켓’”이라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꼽았다. 최 목사는 최근 “검찰이 유도신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최 목사가 당시 검찰 조서 내용에 대해 ‘대충 넘어간 게 없고, 완벽에 가까울 정도’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도 언급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동향임을 강조하며 “큰형이 김 여사 부친과 양평군청에서 함께 근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2000여개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그중 689개는 미제출 내지 삭제됐고, 191개는 최 목사가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삭제된 내용에는 최 목사가 김 여사 외모를 칭찬하거나, 서울의소리나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 등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불리한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목사 민원의 대부분은 김 여사가 응답하지 않았고, 단순 절차 문의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통일TV 송출 재개 요청의 경우 최 목사 스스로 ‘시기적으로 선물과 관련짓는 건 무리’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벤츠 여검사’ 사건 등을 예시로 들었다. 대가 관계가 인정되려면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이모 전 검사가 내연관계인 변호사의 사건과 관련해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확정된 사례다.

검찰의 최 목사 불기소는 수심위 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다. 검찰 관계자는 “유죄 확신이 들지 않는데 법원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기소해야 한다는 건 법률 전문가로서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수심위 권고를 참고하되 검사가 책임지고 판단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여사 측이 검찰에 제출한 디올백과 최 목사가 선물한 가방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검찰은 실밥 위치, 포장지가 접힌 위치 등 사진을 공개하면서 “대검 포렌식센터 영상 감정 결과 동일 제품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디올백을 공매를 통해 현금화한 뒤 국고 귀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