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에 기름 부은 ‘김대남 녹취’… 여권 뒤흔든다

입력 2024-10-03 00:21 수정 2024-10-03 00:21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1일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을 참관 중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공항=김지훈 기자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7·23 전당대회 때 한동훈 당시 후보를 공격하도록 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 독대 불발 등의 여파로 현재진행형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반목에 이번 논란이 기름을 끼얹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2일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진상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보수정당 당원이 소속 정당 정치인을 허위사실로 음해하기 위해 좌파 유튜버와 협업하고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명백하고 심각한 해당행위이자 범죄”라고 밝혔다.

진상조사 착수는 한 대표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 윤리위원회 차원의 조사 결과를 보고 후속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 전 행정관이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소리 측과 나눈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김 전 행정관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또 한 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진행된 수십억원대 여론조사를 문제 삼는 취지의 발언도 했는데, 이 역시 서울의소리에서 그대로 방송됐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이번 일을 단순한 개인 일탈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에서 “진영을 팔아먹은 행위가 단독범행이었는지, ‘조직 플레이’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김 전 행정관 단독으로 하기에는 정황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친한계 관계자는 “전직 용산 참모가 좌파 매체와 손잡고 한 대표를 공격한 상황인데, 그 경위를 당연히 파악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당의 진상조사 절차 착수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 전 행정관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한 대표와 당직자 분들, 당원들 모두에게 이 모든 논란을 일으킨 것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일개 유튜브 방송에 당정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 차원의 징계를 피하기 위한 탈당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탈당하더라도 당원이었을 때 한 행동에 대해서는 윤리위 조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리위 조사와 별개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 전 행정관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일로 당정 갈등이 격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개인 일탈로 끝낼 문제를 이렇게까지 키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용면에서나 공개시기 면에서나 결국 목적은 김건희 여사 의혹 부풀리기, 윤·한 갈등 증폭임을 알 수 있다”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들(야당)의 탄핵 시나리오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