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쩐의 전쟁’ 확전… 최윤범, 2조7000억 쏟아부어 반격

입력 2024-10-03 01:31
게티이미지뱅크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2조7000억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보다 8만원 비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절차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추가로 제기하고, 고려아연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이후 고려아연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주당 83만원에 320만9009주의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에 드는 비용은 총 2조6635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전체 발행주식 수의 15.5%를 사들일 계획이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을 통한 대항 공개매수에도 나선다. 베인케피탈은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2.5%를 취득할 예정이다. 공개매수 성공 시 고려아연 측은 지분 18%를 확보하게 된다. 최 회장은 “영풍·MBK파트너스와 달리 베인캐피탈이 고려아연과 맺은 주주 간 계약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자사주 공개매수가 가능해졌다. 최 회장은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그 적법성과 합리성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4일 마감하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성패에 쏠려 있다. 고려아연이 더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사겠다고 강수를 두면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시도는 최소 수량인 6.98%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후폭풍은 거세게 일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2조7000억원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 이후 주가가 폭락할 경우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날 최 회장은 “단기적으로 금융 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영풍 측에 화해 신호를 보냈으나 갈등 봉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 회장은 “영풍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해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만약 영풍이 원한다면 고려아연은 석포제련소 문제 해결에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추가로 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