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손길 덕 희소병 불가리아 소년 희망을 찾다

입력 2024-10-03 03:01
나스코(왼쪽) 불가리아 부토보교회 전도사와 아내 로시씨, 아들 빅토르(가운데)가 2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계흥 선교사가 빅토르를 안고 있는 모습.

한국교회와 의료기관, 기독 NGO가 불가리아의 4살 소년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불가리아 부토보교회에서 시무하는 나스코(29) 전도사는 지난 40일간 한국에 머물렀다. 아들 빅토르(4)의 희소질환인 요도하열 치료를 위해서다. 2일 출국을 앞두고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에서 나스코 전도사 가족과 그들을 인솔한 박계흥 선교사를 만났다.

요도하열은 남자아이에게 주로 발생하는 선천적 질환이다. 요도의 끝이 비정상적으로 열려 있어 소변이 여러 갈래로 새는 증상이 특징이다. 빅토르는 불가리아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실패해 박 선교사가 나섰다. 박 선교사는 14년 전 청소년이었던 나스코 전도사에게 기독교 신앙을 전했고, 이후 나스코는 교회 리더로 성장해 현재 부토보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제자 아들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도록 도왔다.

박 선교사는 “수술 비용이 1억원 이상 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스코 전도사 가족은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그러던 중 세브란스병원이 운영하는 글로벌 세브란스 채리티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1년 연세대 설립 125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저개발국가 환자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제중원 4대 원장인 에비슨 선교사의 기독교적 나눔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의 지원이 결정되면서 나스코 전도사 가족은 수술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빅토르의 수술은 지난 8월 23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수술 후 빅토르는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차도를 지켜보던 중 소변이 새어 나오는 누공이 발견돼 내년 3월 2차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나스코 전도사는 “추가 치료가 필요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한국에서 믿을 수 없는 사랑을 받았다”며 세브란스병원과 재단 및 수술 비용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한국행에는 나스코 전도사의 건강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도 됐다. 10여년간 각혈 증세를 호소한 나스코 전도사는 박 선교사의 권유로 정밀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흉선종이 발견됐다. 흉선종은 가슴 속 흉선에 생기는 종양으로 암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나스코 전도사는 불가리아로 돌아가자마자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나스코 전도사는 현재 미주장신신학대학원에서 온라인으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한편 나스코 전도사 가족은 한국에 체류하면서 성락성결교회 산하 글로벌사랑나눔재단(이사장 최영태 장로)의 도움을 받았다. 재단은 가족에게 숙소를 제공했고 병원과 공항 픽업을 도왔다. 지형은 글로벌사랑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단은 지난 5년간 저개발국가 8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해 왔다”며 “이번 나스코 전도사 가족의 지원 역시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