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선교사들이 40여년 전 아프리카 가봉에 심은 복음의 씨앗이 현지인 목회자 배출로 열매를 맺었다. 가봉의 복음화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그 열매들이 최근 한국 땅을 찾았다.
아프리카성시화운동본부장 김홍기 목사와 함께 최근 방한한 루이 실뱅(53·사진) 가봉 복음교회(Evangelical Church) 총회장 이야기다. 한국방문단에는 10명의 현지 교회 장로 등도 함께했다. 자신에게 신앙을 전수해 준 한국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다. 이들은 서울 서소문교회(이경욱 목사) 등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 한국교회의 사역 현장도 직접 눈으로 봤다.
“정말 믿음의 표본과도 같은 교회와 예배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뜨겁게 찬양하고 열정적인 설교 메시지를 들으며 예배를 드리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정해진 순서에 맞춰 경건하고 조직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주한 가봉공화국대사관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실뱅 총회장의 고백이다.
실뱅 총회장은 가봉복음주의신학교 출신 목회자다. 가봉복음주의신학교는 1985년 2월 경북 포항제일교회 파송을 받은 후 평생 가봉 선교에 헌신했던 김상옥 선교사가 세운 대표적인 현지 신학교다. 실뱅 총회장은 30대 중반까지 별다른 직업 없이 방황하던 중 신학교를 알게 되면서 신학도의 길을 밟았다. 2005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던 건 거역할 수 없는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이었습니다. 김상옥 선교사님이 가봉에 처음 오셨을 때만 해도 가봉교회는 분열됐고 희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학교를 통해 가봉의 젊은 세대를 훈련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선교사님 사역에 감명받아 저도 이렇게 목회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산유국인 가봉은 아프리카에서 부유한 나라에 속하고 개신교인 비율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교회 간 연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성도들의 헌신도 낮은 편이라 교회 자립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 목사는 “주님을 위해 교회에 헌신하는 교인을 세우는 일과 교회 지도자들을 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한국교회의 선교 자원이 영어권에만 치중되지 말고 선교의 사각지대인 불어권 아프리카 선교로도 확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유망한 현지인 사역자를 길러내고 고국으로 다시 파송해 현지인들이 자기 민족을 복음화하는 일에 쓰임받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