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욜로’ 대신 ‘요노’

입력 2024-10-03 00:48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는 2011년 래퍼 드레이크의 ‘더 모토’라는 곡에 등장하며 유명해진 말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트렌드가 유행했다. 한 끼에 수십만원짜리 오마카세를 먹고, 고급 휴양지에 놀러간 사진을 SNS에 올리며 과시했다. 너도나도 따라했다. 그런데 경기 불황의 여파로 몇 년 사이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제 욜로의 시대는 가고 요노(YONO·You Only Need One)가 왔다.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진짜 필요한 물건 하나를 사서 오래 사용하는 트렌드다.

올 상반기 2030세대의 수입차 구매 건수는 1년 전보다 11% 줄어든 반면, 중고차 소비는 29% 늘었다. 다른 연령대는 수입차 소비가 3%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젊은층은 더 큰 폭으로 줄인 것이다. 외식 소비도 전년에 비해 9% 감소했고(2030세대를 제외하면 외식 소비는 오히려 3% 늘었다) 대신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편식 소비가 21% 늘었다. 고물가 고금리 속에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흐름이다. 요노는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만족을 추구한다. 사치 대신 실용을 추구하는 것인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에서 더 나아가 가실비(가격 대비 실용성)까지 따진다.

요노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한 젠지(GenZ)를 중심으로 ‘저소비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지출이 적다는 것을 자랑한다. 이들은 액정이 깨진 구형 스마트폰, 10년 된 노트북, 오래된 가구, 빈티지 의류 등을 찍어 SNS에 널리 알린다. 노골적인 소비주의를 거부하고 제품을 제대로 알고 소비하도록 소셜미디어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궁상맞다’가 아닌 ‘멋있다’로 통한다. 청년들은 이렇게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