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서 ‘점잖은 정책 대결’ 펼친 월즈-밴스

입력 2024-10-03 01:17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왼쪽) 상원의원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1일(현지시간) 뉴욕 CBS 방송센터에서 토론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TV토론을 벌였다. 경제와 이민, 낙태권 등 국내 현안에 초점을 맞춘 이날 토론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게 진행됐다. 상대를 향한 인신공격이나 모욕적인 발언은 전혀 없어서 “정상적인 정책 대결”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밴스 의원이 이번 토론을 통해 자신의 비호감 이미지를 조금 덜어냈다는 관전평도 있었다.

CBS뉴스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가 가장 뜨겁게 맞붙은 이슈는 국경 통제와 불법 이민자 문제였다. 밴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때문에 우리는 역사적인 이민 위기를 겪고 있다. 해리스는 펜타닐(합성마약)을 우리 공동체에 기록적 수준으로 반입시켰다”며 국경 장벽 건설과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월즈는 “해리스는 과거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으로서 이번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국경을 넘나드는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을 기소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과 공화당은 공정하고 강력한 이민 관련 법안을 마련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선거 이슈로 만들기 위해 (공화당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경제 문제에서도 두 후보는 180도 다른 진단과 전망을 내놨다. 월즈는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때) 주로 상위 계층에 감세 혜택을 줬고 국가 부채는 사상 최대인 8조 달러가 늘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의 보편 관세 공약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경기침체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 재임 시절 감세안을 거론하며 “이 법안이 2017년 통과되면서 미국에선 한 세대 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제 호황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중산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계획이 있다면 그것을 왜 지금 시행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공화당이 불리한 이슈인 여성 재생산권에 대해선 월즈의 공세가 거셌다. 월즈는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주도로 폐기된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는 자신이 판사들을 투입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자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 사태와 관련해 월즈는 “그는 분명히 선거에서 졌다”면서 “승자는 승자여야 하고 이것(선거 불복)은 중단돼야 한다. 이것이 나라를 찢어 놓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고, 나는 우리가 그 문제들에 대해 싸우고 공론의 장에서 평화롭게 토론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흙수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정치 철학과 관점에도 토론 내내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토론을 마친 뒤에도 웃으며 악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뉴욕타임스는 “놀랍도록 화기애애한 저녁”이었다며 “몇 가지 공방이 오갔지만 토론은 대체로 점잖았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밴스가 스타일로 승리했다. 토론을 통해 그가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면서 월즈에 대해선 “워밍업에 시간이 걸렸고 워밍업 이후에도 그다지 훌륭하지는 못했다”고 평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