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 휴학을 독단적으로 승인한 서울대 의대가 교육부 감사를 받게 됐다. 서울대 의대는 정부는 물론이고 대학본부와 총장도 모르게 집단 휴학을 기습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 휴학을 막고 있는 정부에 반기를 든 첫 사례다. 교육부는 의대 정상화 노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판단하고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면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일 “서울대 의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한다. 감사에서 중대 하자가 확인되면 엄중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대 의과대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면서 “정부와 대학이 그간 의대 정상화를 위해 지속해온 노력을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려는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교육부는 감사에서 휴학 승인 절차에 문제점이 확인되면 대학본부에 휴학 승인을 취소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대 의대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처리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휴학 승인은 대학본부와 별도 논의 없이 지난 30일 기습적으로 단행됐다. 교육부는 1일 오전에야 휴학 승인 사실을 파악했다. 그동안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어서 대학들이 휴학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대가 가장 먼저 교육부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른 셈이다.
교육부가 서둘러 감사에 착수한 이유는 ‘휴학 승인 도미노’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와 의사단체들은 집단 휴학을 허용하라고 정부와 대학본부 측을 압박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대처럼 대학 총장이 아닌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학들의 경우 서울대 의대를 신호탄으로 휴학 허용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 이날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휴학은 의과대학 본연의 책무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며 “다른 의대 학장, 총장도 곧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교육부는 40개 의과대학에 동맹 휴학 신청이 승인되지 않도록 협조해줄 것을 재차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재발 방지를 위해 휴학의 최종 승인 권한을 대학 총장이 갖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곳이 전체 의대 중 절반가량”이라며 “휴학 승인 권한을 학장이 아니라 총장에게 올리는 방안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들은 정부와 서울대, 의사단체 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대 정상화 노력 와중에 터진 서울대 의대의 돌출 행동이 거북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어떻게든 이달 중으로는 의대생 마음을 돌려 수업을 운영해보려고 했는데 서울대 의대가 단독으로 승인해버렸다는 원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김유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