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엔 ‘괴물 미사일’, 상공엔 美 ‘죽음의 백조’ 위용

입력 2024-10-02 00:21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1일 진행된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차륜형 대공포 천호가 이동하고 있다. 군은 대량응징보복(KMPR) 핵심인 ‘괴물 미사일’ 현무-5,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한국형 3축체계 핵심 자산을 공개하며 압도적 전력을 과시했다. 이한형 기자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인 ‘괴물 미사일’ 현무-5가 처음 공개됐다. 상공에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전개됐다. 서울 광화문 일대 시가행진에서도 한국형 3축체계의 핵심 자산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 고위력 지대지탄도미사일 ‘현무’가 등장,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한국군의 압도적 전력을 과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힘에 의한 평화’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기념식 지상 분열(사열)에서는 현무-5의 9축 18륜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등장했다. 현무-5는 발사차량 위에 얹힌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만 20m에 이른다. 발사차량은 운전석을 전면으로 향한 채 바퀴만 돌려 사선으로 이동하는 측면기동 능력도 선보였다.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t에 달하는 세계 최대 ‘벙커 버스터’다. 유사시 적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게 주 임무다. 현무-5의 벙커 관통력은 수백m로, 전술핵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KMPR, 한국형미사일방어, 킬체인)의 핵심 자산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핵심 자산인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도 공개됐다. 지난해 국군의 날 처음 공개된 L-SAM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해 한국판 사드(THAAD)로 불린다. 한국형 3축체계를 담당하는 타우러스(TAURUS), 스파이스(SPICE)-2000, 슬램이알(SLAM-ER)도 대열에 참가했다.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상공에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맨 아래)가 F-15K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전략자산인 B-1B 랜서도 F-15K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 상공을 날았다. B-1B가 국군의 날 기념식에 출격한 건 처음이다. B-1B는 B-52, B-2와 함께 3대 전략폭격기로 불린다. 최대 속도는 마하 1.25로 최대 1만2000㎞를 비행할 수 있다. 괌 미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이면 닿는다. 핵무기는 운용하지 못하지만 최대 57t에 달하는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군은 네 발로 이동하는 대(對)테러 작전용 다족보행 로봇도 선보였다. 시속 4㎞ 이상 속도로 움직이며 20㎝ 높이의 계단 등 수직 장애물도 오를 수 있다. 테러 발생 시 장병 대신 현장에 투입돼 적의 위협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시가행진도 주관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축하 비행을 시작으로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K-2 전차, K-9 자주포 등 지상장비와 유·무인 복합체계, 한국형 3축체계 등이 모두 출동했다. 도심 상공으로 최강의 공격 헬기 아파치 편대가 기동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는 병력 5000여명과 83종 340여대의 장비가 참가했다.

이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