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임박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감 증인과 참고인으로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이 대거 채택됐기 때문이다. 국감장에서 ‘재계 망신 주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오는 7일 시작되는 국감에는 각 상임위 별로 주요 기업인들이 지배구조 개편 이슈, 편법 승계 의혹 등의 이유로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정무위원회는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과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안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신사업을 물적분할한 이후 별도로 상장해 신사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에 대한 질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도 국회가 주목하는 주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의 명분이 무엇인지, 향후 중국 등 해외 매각 우려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제도 등 한화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 영향이다. 한화 측은 “적법 절차에 따라 정도 경영을 하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편법이나 부당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등을 소환했다. 정 회장의 경우 KT 최대 주주 변경 관련 참고인에 이름을 올렸다. 노 사장은 중저가 단말기 관련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도 산업기술유출 예방조치 관련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골목상권 침해 등의 이유로 국감 단골인 카카오의 경우 구속 중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대신해 주요 경영진이 줄줄이 불려 나올 예정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불공정 배차 논란, 과도한 수수료 부과 문제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는 알리페이로 고객 정보를 동의 없이 제공한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재계에서는 그간 국감에서 기업인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놓고는 병풍처럼 세워놓거나 일방적으로 호통하는 식의 망신주기가 재현될까 걱정이 크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 대응이 아닌 국감 대비에 기업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데 대한 불만도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매년 국감 때마다 대표 등을 증인 선정에서 빼려고 하는 기업 대관팀이 국회 복도에 줄지어서 있는 후진적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