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자신에 대한 ‘공격’을 요청하는 내용의 전직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발언에 대해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당정 간 냉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해당 발언이 방송되자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배후를 밝혀야 한다”며 사실상 대통령실을 겨냥했다.
한 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서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해당 인사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로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김 전 행정관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들과 한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녹취를 공개했다.
한 대표에 이어 친한계 인사들도 비판에 합류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묵과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다만 친한계 내에서 당정 갈등 확산을 경계하는 기류도 읽힌다. 한 친한계 인사는 “전면전을 펼칠 사안은 아니다”고 했고, 다른 지도부 인사도 “한 대표의 메시지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문제를 일으킨 주변부 인사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법률대리인 유정화 변호사를 통해 “(전당대회 당시) 당원으로서 다른 후보자를 돕는 위치에 있었을 뿐 특정 당대표 후보자를 어떻게 사주를 받아 타격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해당 유튜브 언론은 여당과 대통령실을 이간질하고 관계를 깨는 것에 골몰하고 있다”며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간에 갈등이 조장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2일 한 대표를 제외한 여당 원내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간사단과 만찬을 갖는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독대를 잇달아 요청한 한 대표를 빼고 다른 원내지도부만 따로 만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진행될 국회 재표결에 앞서 표 단속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구자창 이경원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