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정부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지만 여권에선 자성은커녕 연일 불협화음만 터져나오고 있다. ‘미니 재보선’이긴 하지만 선거가 보름도 안 남았는데, 절박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1일엔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7월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김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을 언급한 것이다. 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도 “대통령실에 보안의식이란 게 있느냐. 한 대표를 죽이려고 좌파 매체까지 동원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녹취에 따르면 김 전 선임행정관은 유튜브 채널과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는 녹취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유튜브와 민감한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고 여당 대표가 유튜브 내용을 근거로 여권 인사를 공개 비난하는 것도 안 좋게 보이긴 마찬가지다. 결국 그 비난이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를 향한 것 아니겠는가.
여권에선 명품백 수수 등과 관련해 김 여사 사과 문제를 놓고서도 계파 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과 장동혁 최고위원은 방송에 나와 “이제 김 여사가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주문했다. 반면 여권 주류와 가까운 윤상현 의원은 “김 여사라고 왜 사과하고 싶지 않겠나. 시기나 방법이나 여건이 될 때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촉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사안은 방송에 제각각 나와 툭툭 던지듯 주장할 게 아니라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물밑에서 긴밀히 조율해야 할 문제다. 오히려 특정 계파에서 몰아붙이듯 주문하면 나중에 사과를 해도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여권 내 이런 대립과 엇박자는 결국 ‘윤·한 갈등’이 여전히 첨예하기 때문일 것이다.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지 않고선 마찰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안 된다. 여권이 자중지란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빨리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해 직접 갈등을 풀어야 한다. 심각한 민심 이반을 감안하면 만나도 빨리 만나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친윤계와 친한계가 사사건건 충돌하기만 한다면 여권 전체가 공멸의 길로 치달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