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에게 실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는 6월과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극과 극’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시험은 지나치게 어려웠고, 9월 시험은 너무 쉬워 상위권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제 당국이 의대 증원 여파로 실력 있는 n수생이 대거 유입되는 등 응시 집단의 변화에 갈피를 잡지 못한 탓이란 분석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수능은 6월 모의평가 난이도에 맞춰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1일 공개했다. 국어와 수학, 영어 모두 쉬운 시험이었으며 일부 탐구 과목도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
국어는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29점으로 매우 쉬웠다. 지난 6월 모의평가 대비 19점 하락했으며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127점) 이후 최저 점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우면 높아지고 쉬우면 낮아진다. 1등급 구분점수는 126점으로 표준점수 최고점과 불과 3점 차이였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6월 모의평가 152점보다 16점, 지난해 수능 148점보다 12점 낮아졌다. 1등급 구분점수는 130점으로 만점자와 6점 차이였다.
국어와 수학은 한두 문제 실수하면 등급이 하락할 정도로 변별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대를 지원하는 최상위권엔 변별력 ‘0’인 시험이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만점자가 4478명이었다. 올해 의대 모집 인원 4485명과 비슷한 인원이다.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 136점을 받은 인원은 135명이다. 하지만 135점을 받은 4601명도 실질적인 만점자로 추정된다. 미적분이 너무 쉽게 나와 모든 문항을 다 맞혀도 기하보다 점수가 1점 낮은 것이다. 135~136점을 받은 인원 역시 의대 모집 인원보다 많다.
영어 1등급 비율은 10.94%로 6월 시험 1.47%를 크게 웃돌았다. 1등급 인원만 4만2212명에 달해 영어 단일 과목으로는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조차 변별력이 없는 수준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증원으로 올해 수능은 과거보다 변별력이 있을 것”이라며 “국어·수학은 6월 모의평가에 근접하게, 영어는 9월 시험보다 다소 어렵다고 보고 공부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