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관객 예상 뒤엎는 순간이 재미”

입력 2024-10-02 02:02
미야케 쇼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에 대해 “미지의 것을 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몰랐던 것을 탐구하는 걸 좋아한다”며 관객과 자신의 영화에 대한 가치관이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월경전증후군(PMS) 탓에 한 달에 한 번씩 주체할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날카로워진다.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는 타인과 소통을 단절한 채 살아간다. 쿠리타 과학이라는 작은 회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일본 작가 세코 마이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새벽의 모든’은 긴 밤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하고 유쾌한 위로를 건넨다. 각자의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과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별자리를 연관지으며 연대와 공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미디어캐슬 사옥에서 만난 미야케 쇼 감독은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중요하지만 일터에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일하는 시간이 좀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하며 작업했다”며 “주인공들이 가진 어려움은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다양한 동료들과 회사들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주인공들은 과학 키트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며 서로 상처를 어루만지지만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다. 동료로서, 서로 응원하는 두 사람의 인간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나간다.


미야케 쇼 감독은 “남녀가 연애하면서 행복해지는 작품은 기존에도 많았다. 현실에선 굳이 연애하지 않아도 성별이 다른 사람끼리 일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서 기쁨을 나누는 일이 많다”며 “관객 입장에서도 ‘예상과 다르다’는 것이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든다”고 말했다.

항상 16㎜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는 “그 카메라가 가진 특별한 질감을 좋아한다. 여러 느낌을 만들어내는 가능성도 있다”면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깔끔한 디지털 영상은 요즘 충분히 볼 수 있다. 적어도 돈과 시간을 들여 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은 평상시와 다른 영상을 보고 신선한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84년생인 미야케 쇼 감독은 일본 영화계를 이끌 차세대 감독으로 꼽힌다. ‘플레이백’(2012),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 등이 로카르노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받으면서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일본의 젊은 거장’이라는 업계의 찬사에 대해 그는 “사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런 말을 신경 쓰면 부담이 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미아케 쇼 감독은 “몰랐던 것들을 탐구하는 걸 좋아해 영화를 만들어 왔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말이 폼 잡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도 미지의 것을 보고자하는 욕구 때문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찍고 싶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와 내가 영화를 찍는 이유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