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대 수출과 좋은 일자리 부족이라는 괴리 없애야

입력 2024-10-02 00:31

지난달 수출액이 역대 9월 수출 중 가장 많은 587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조업일수로 따진 하루 평균 수출액도 9월에 29억4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전했다. 정부는 조심스럽게 올해 연간 최대 수출 달성과 사상 첫 일본 수출 추월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의 호조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오히려 수출의 밝은 빛이 내수 부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년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비중이 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4000명이었는데 이중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은 11만3000명으로 20.0%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1999년 8월(20.1%) 이후 최고치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 기간도 늘어나는, 소위 ‘일자리 미스매치’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선 장기 실업자 중 이전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 ‘시간·보수 등 작업 여건 불만족’(24.7%)을 가장 많이 뽑았다고 한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사상 처음 20% 밑으로 떨어졌다는 또 다른 통계청 조사도 마찬가지다. 재취업 교육도 부실하고 번듯한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자 은퇴자들이 치킨집 등 자영업에 섣불리 뛰어들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퇴출된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수출 현장은 뜨거운 반면,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부족해 구직자들이 방황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의 경기 양극화’를 한국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는데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기업의 성장잠재력 확보와 고용 창출이 맞물려 가야 한다.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기업친화적 투자 환경 조성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게끔 해줘야 제조업 활력을 찾을 수 있고 고용도 늘어난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혁신과 고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