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개최를 목표로 세종시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세종시의회가 사업의 실효성과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가 제출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처음 열린 ‘세종빛축제’ 관련 예산 역시 삭감됐다. 예산 삭감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의회는 산회됐다. 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세종시 “삭감 이유 모르겠다”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는 최민호 세종시장의 공약사업이자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다. 도시의 자족기능을 확충하고 정원관광산업을 세종의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시는 2026년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세종중앙공원 일대에서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행사가 정상적으로 개최됐을 경우 국내·외 관광객 180만명이 방문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2393억원에 부가가치유발효과 787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는 이 박람회가 세종이 보유한 전국 최고 비율의 녹지와 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 등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람회를 준비하며 시 전역에 다양하고 특색있는 정원을 조성하면 ‘도시 전체가 정원이 된다’는 새로운 도시 개념을 실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시는 정원도시박람회가 새만금 잼버리 이후 엄격해진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승인 심사와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 개최의 당위성까지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국비도 77억원이 반영된 만큼 성공적인 개최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모든 계획이 올스톱됐다.
최 시장은 시의회의 이같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의회 상임위원회 심사까지 모두 통과하고 예산결산위원회만 통과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느닷없이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며 “중앙 정부에서 예산 승인까지 해준 사업이 지방에서 삭감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는 시의회의 예산 삭감 논리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의 승인을 받지 않아 박람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기구·단체의 승인은 국제행사 개최의 필수 조건이 아니고, AIPH는 세종시가 포커스를 맞춘 ‘정원’이 아닌 ‘원예’ 관련 협회이기 때문에 박람회와 전혀 관련없는 민간기구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좌초될 경우 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돼 앞으로의 정책사업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최 시장은 “시의회 지적에 따라 총사업비를 450억원에서 384억원으로 15%가량 줄이고 수익 모델을 추가로 발굴했다. 소모성 예산이 아닌 시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에 각종 경제적 효과가 되돌아올 것”이라며 “박람회 개최 시기도 당초 2025년에서 1년 연기해 2026년에 개최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박람회가 중단된다면 세종시의 신뢰가 저하되며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유무형의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의회와의 대화와 협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해야 충분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의회 “사업 계획 부족하다”
반면 시의회는 이번에 의결된 예산안이 추가경정예산인 만큼 박람회에 반영된 예산을 보다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에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람회의 실효성·시급성 및 타당성을 고려할 때 추경으로 편성하기에 다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시의 예방접종 예산은 지난해 대비 74%,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 지원 예산은 30% 삭감됐으며 재정난에 시달리는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조차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박람회의 사업성·실효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과 근거를 시에 요구해왔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도 했다. 10년 이상 준비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2028년 열리는 울산 태화강 국제정원박람회와 비교해 볼 때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6년 박람회를 개최하겠다는 시의 계획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이현정 세종시의원은 “박람회를 개최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 결국 개최 시기를 2026년으로 1년 미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실현된 것이 없다”며 “시장 임기에 맞춰 급박하게 추진하는 것 같아서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박람회에 앞서 토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계속해서 지적했다. 세종지역의 토질이 배수가 너무 잘돼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고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시 재정이 읍·면·동이 아닌 정원박람회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도 말했다.
결국 추경안은 11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 상정되거나 다음달 정례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시와 시의회 모두 박람회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대화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최 시장은 “정원도시에 대한 비전과 가치는 결코 버릴 수 없다. 박람회는 정원도시라는 목표를 위한 하나의 이벤트”라며 “일단 임시회 결과를 지켜보고 계속해서 시의회를 설득할 것이다. 시와 집행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면 밤을 새서라도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시의회가 박람회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박람회가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다. 가능한 시와 계속해서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