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만든 미가엘 찬양반주기를 제품이면서 동시에 성물(聖物)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만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미가엘 찬양반주기는 밴드 사운드부터 오케스트라 분위기까지 낼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이다. 그 어떤 회사도 이 제품의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고 자부한다.
처음 이 제품을 만들 때는 그야말로 중노동, 그 자체였다. 기계에 악보에 적힌 계이름을 하나씩 입력해야 했다. 하나도 틀려서는 안 됐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KBS 악단장을 역임한 김기웅 장로님이 당시 큰 힘이 돼주셨다. 그는 기계에 들어갈 반주의 편곡을 도맡았다. 실력파 뮤지션인 김 장로님이 이 일을 하셨기에 옛날에 만든 반주기에 들어간 반주를 지금 들어도 촌스러운 부분은 발견하기 힘들다. 다행히 나 역시도 음악적인 재능이 얼마쯤 있는 편이어서 반주 사운드를 완성하고 나면 틀린 부분은 없는지, 추가할 소리는 없는지 등을 판단할 정도는 됐다.
물론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위탁 판매가 일반적이었다. 기독교 용품을 파는 매장 등에 일단 제품을 납품한 뒤 그것이 팔리면 한참 뒤 판매 대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방식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 처음 전국에 있는 기독교 백화점 등지에 미가엘 찬양반주기를 납품할 때부터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물건 가져가고 싶으면 돈부터 주시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가엘 찬양반주기는 많은 이가 인정하듯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누적 판매 대수가 30만대가 넘는다. 33년간 이 제품을 만들면서 나는 항상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이 일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었고 그 사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은 늘 나와 함께하셨다.
오로지 제품을 파는 일에만 전념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어려운 지역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미가엘 찬양반주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도시의 개척교회나 두메산골의 작은 교회를 방문해 반주기를 선물하고, 작동법을 가르쳐드리고 그다음엔 함께 기도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 곳에 갈 때면 목회자 중엔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반주기가 정말 필요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곤 했어요. 그런데 반주기를 만드신 분이 저희 교회에 와서 반주기를 선물하는 일이 생기니 정말 가슴이 벅찹니다. 너무 놀라고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열악한 환경에서 주님을 섬기는 교회들을 찾아가 반주기를 선물하는 일을 다시 해보고 싶다. 그리고 요즘엔 사업가로서 새로운 꿈도 꾸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전자 오르간을 만드는 것이다.
반주기도 되고 하나의 악기로서 다른 악기와 합주도 할 수 있고 예배와 관련된 많은 사운드를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제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내가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이 일은 내가 아닌 하나님이 하는 일이니까, 그동안 그랬듯 하나님께서 분명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게 분명하니까.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