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참사 예견 가능”… 前 용산서장 금고 3년

입력 2024-10-01 00:12
연합뉴스

159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사진)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30일 금고형을 선고 받았다. 참사 발생 702일 만에 국가 기관의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된 것이다.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참사 대응이 부실했다는 판단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정시설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형과 구분된다. 이 전 서장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축제 기간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사고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경찰이 사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였다. 재판부는 용산서 대응과 관련해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정보보고나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 치안 유지, 이태원 일대의 지리적 특성 등을 종합하면 군중 밀집으로 인한 보행자들의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구속기소된 뒤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서장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참사 당일 당직 근무자였던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과 박인혁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3팀장에 대해선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구청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기소됐다. 박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법률상 용산구에 부여된 ‘업무상 주의의무’는 추상적인 의무라서 인파 관리와 통제에 대한 구체적인 의무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이 무죄라는 재판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반발하며 검찰에 항소를 요구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