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을 뜻하는 ‘저항의 축’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자국에서 약 1700㎞ 떨어진 예멘까지 날아가 후티 반군 시설을 폭격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1인자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수뇌부가 이미 전멸했고 가자지구의 하마스도 잇따른 암살 위협에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9일(현지시간) F-15I 전폭기와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 군용기 수십 대를 동원해 예멘 서부 호데이다와 라스 이사의 발전소 및 항구 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후티 반군은 이 시설을 이용해 이란제 무기와 석유 등 보급 물자를 반입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의 예멘 폭격은 후티 반군이 텔아비브 벤구리온공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우리는 더 먼 곳도 정밀 타격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나스랄라 사망 이후 활동이 정지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해 이스라엘군의 최우선 제거 대상에 오른 1인자 야히야 신와르는 행방이 묘연하다. 이스라엘군이 신와르의 행방을 한때 포착했으나 인질 피해 우려로 공습을 단념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방위 폭격은 30일에도 계속됐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 주택가의 아파트를 폭격했다. 이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지도부 3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는 나스랄라를 살해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2인자 나임 가셈은 이날 연설에서 “헤즈볼라 병력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 침공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2006년 이스라엘에 대항했을 때처럼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참수 작전’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3석 규모 우파 정당을 이끄는 오랜 정적 기드온 사르를 연립정부의 무임소 장관으로 영입하면서 연정 의석을 68석으로 늘렸다. 그간 네타냐후는 연정에 참여한 6석의 극우 정당에게 사사건건 발목을 잡혀 왔다. 기존 65석 중 6석이 빠지면 59석으로 과반(전체 120석)이 붕괴되기 때문에 극우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르의 참여로 네타냐후가 안정적 과반을 확보하면서 극우의 입김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