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계열 극우 정당이 오스트리아 총선서 1위

입력 2024-10-01 01:47
로이터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나치 계열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승리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29일(현지시간) 총선 실시 후 잠정 개표 결과 자유당이 29.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도 보수 성향의 집권 국민당은 26.5%로 2위, 중도 좌파 제1야당 사회민주당은 21.0%를 기록해 3위로 밀렸다.

헤르베르트 키클(사진) 자유당 대표는 “우리가 오스트리아 역사를 다시 썼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AP통신은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의 승리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당은 1955년 11월 나치 잔당에 의해 설립된 극우 민족주의·포퓰리즘 정당으로, 초대 당수는 2차 대전 때 나치친위대(SS) 여단장을 지낸 안톤 라인탈러였다.

자유당은 반세기 넘게 비주류 정당으로 분류됐지만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기 시작한 2017년 원내 제3당으로 약진했다. 이후 이민자 범죄에 대한 두려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등을 활용해 더욱 세를 불렸다.

잠정 개표 결과로 의석수(전체 183석)를 따져보면 자유당은 기존보다 27석을 늘린 58석을 확보했다. 국민당은 19석을 잃은 52석, 사회민주당은 1석을 늘린 41석으로 집계됐다. 어느 당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하다.

국민당 소속인 카를 네함머 총리는 자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극단적인 친러시아·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키클 대표의 총리 임명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당이 연정 구성을 위해 키클 대표를 내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확인된 극우 돌풍은 이미 유럽 각국 선거에서 나타났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 우파와 극우 정당이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이달 1일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선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과 2022년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의 승리로 정권이 교체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