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국민 10년 넘게 억류한 北, 생사확인이라도 하라

입력 2024-10-01 00:33
김정욱 선교사(62)가 2008년 중국 단둥 선교 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물품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욱 선교사 가족 제공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을 돕다가 2014년 10월에 체포된 김국기 선교사가 이번 달로 북한에 억류된 지 10년이 된다. 김 선교사는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뒤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0일엔 역시 단둥에서 탈북민에게 국수를 제공하는 등의 선교 활동을 펼쳤다는 이유로 김정욱 선교사가 북에 억류된 지 4000일(약 11년)이 됐다. 두 달 뒤에는 최춘길 선교사의 억류 기간도 10년을 꼬박 채우게 된다. 이들과 함께 다른 한국 국적자 3명도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하다 체포돼 북에 억류돼 있다.

북측은 무늬만 재판인 요식적인 사법 절차로 이들을 억류했다. 국수 나눔 봉사나 선교 활동을 했다고 무기형을 선고한 것 자체가 정상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북측은 그간 가족들이 생사라도 알려달라고 숱하게 호소했지만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반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북측이 보편적인 인권을 존중하는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면 최소한 생사라도 확인해줘야 한다. 비슷한 혐의로 억류된 미국·캐나다 국적자는 풀어주면서 우리 국민은 장기간 억류한 채 생사조차 알려주지 않는 건 무슨 잣대인가.

최근 김정욱 선교사 아들은 국민일보에 보내온 부친에게 띄우는 편지에서 “아버지한테 차마 안녕하시냐고 안부를 물을 수가 없다. 빨리 돌아와 온 가족이 따뜻한 밥 한 끼 먹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가족들의 이런 고통을 헤아린다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송환 및 생사확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에도 더 광범위하게 공론화하고, 중국·러시아에도 협조를 구해야 한다. 어제 통일부가 김국기 선교사 억류 10년을 계기로 ‘대변인 성명’을 냈는데, 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나 총리 등이 기회 있을 때마다 직접 나서서 석방을 촉구하고 북측에 ‘원포인트’ 회담도 제안해야 한다. 얼마 전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옷깃에는 어김없이 ‘푸른 리본’이 달려 있었다. 납북된 일본인들의 구출 의지를 담은 리본이다. 위험에 처한 국민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일은 국가와 국정 책임자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