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25개 도전 먹방’ ‘역대급으로 큰 즉석떡볶이 10인분 20분 안에 도전!’….
자극적인 콘텐츠를 앞세운 ‘챌린지 먹방’이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계속 인기를 끌면서 그 폐해가 청소년 등 일반인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먹기에 도전했다가 80여명이 기절했다는 서울 영등포구 한 중식당의 매운 짬뽕은 여전히 유튜버와 연예인의 인증샷이 이어지고 있다. 매운 짬뽕은 지난 4월 한 종편 방송에서 ‘매운 음식 1세대’로 소개됐다. 이 음식의 맵기는 청양고추 100배에 이른다고 한다. 구독자 172만명을 보유한 개그맨 김대희도 최근 본인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 매운 짬뽕 먹기 챌린지 영상을 올렸다.
유행에 민감한 유통업계에선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과 ‘맵부심’(맵다+자부심) 트렌드를 앞세운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유튜버 영국남자의 ‘불닭볶음면 챌린지’ 이후 올해 크리에이터들을 사로잡은 콘텐츠 중 하나는 ‘점보라면’이다. 일반 용기면의 8배 이상으로 용량을 키운 GS25 점보라면 시리즈 팔도점보도시락, 공간춘, 오모리점보도시락 등이다.
먹기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괴식(괴상한 음식) 먹방’도 화제다. 지난 1월 유튜브에 쇼츠 형식으로 업로드된 ‘녹말 이쑤시개 튀김’과 그 먹방 영상은 조회수 456만회를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나서서 주의를 당부했지만 이에 대한 모방은 현재진행형이다. 대식·괴식의 비중이 큰 한국식 먹방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Mukbang’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사망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에서는 매일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음식을 먹는 방송을 진행하던 크리에이터 판샤오팅이 심장마비로 숨졌다. 끼니마다 고열량 음식을 10㎏ 넘게 먹었던 판샤오팅의 위에는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채 가득 차 있었고 복부는 심하게 변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필리핀에서도 유명 유튜버 동즈 아파탄이 먹방 바로 다음날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테오도로 헤르보사 필리핀 보건장관은 “먹방은 기본적으로 ‘푸드 포르노’”라면서 “정보통신기술부에 이런 (유해 콘텐츠) 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SNS의 대식·괴식 먹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청소년들은 이를 그대로 모방할 가능성이 크다. 한 중학교 영양교사 조모(53)씨는 “최근 ‘폭식 브이로그’를 찍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며 “미디어의 자극적이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먹방은 식품 섭취 태도뿐만 아니라 건전한 식문화에도 해악을 끼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먹방이 국민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전반을 탐식과 무절제로 이끈다고 우려한다. 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 먹을 때 늘어난 위는 주변 장기를 압박하고 위벽을 손상시킨다”면서 “학교 등 공공 차원에서 영양 교육을 강화하고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식문화를 자정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