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개최를 타진하다 흡연 환경 조장 비판에 무산됐던 ‘액상 전자담배 박람회(Korea Vape Show 2024)’가 이달 하순 재추진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엔 교육부 산하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호텔을 개최 장소로 정해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 소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행사 저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주최 측은 ‘손해배상 청구’를 내세우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YMCA는 최근 성명을 내고 “돈벌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 건강권 보호”라며 호텔 측의 행사 대관 취소와 함께 교직원공제회 관리·감독을 맡은 교육부가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30일 보건복지부와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더페어스와 한국전자담배진흥원은 홈페이지에 오는 25~27일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 야외광장에서 ‘KOVAS 24’를 개최한다고 공지 중이다. 이들은 해당 전자담배 박람회를 지난 5월 중순 경기도 수원메쎄에서 열려다 아동·청소년 노출 위험 등 비판이 제기되자 행사를 연기했다(국민일보 4월 23일자 24면 보도).
이에 앞서 4차례(2018~2023년)는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실내 흡연, 허술한 청소년 출입 절차, 무료 시연, 전자기기 장치와 액상 광고·판촉 등 일탈 행위 및 법령 위반 사항이 문제 됐다. 이번에도 행사가 열리면 SNS 등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 최신 액상 담배 제품 전시·체험, 무료 시연, 베이프 트릭쇼(흡연 묘기)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와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지난 7월 초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같은 달 말 서울시와 서울금연지원센터, 서울시통합건강증진사업지원단 등과 대응 회의를 했다. 또 담당 서초구 등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8월 초 서초구 보건소와 강남서초교육지원청까지 참여한 대책 회의를 추가로 열었다. 교직원공제회와 더케이호텔서울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9월 초 주최 측에 행사 취소를 통보했다. 호텔 측은 “주최 측에서 전자담배 박람회라는 고지 의무를 위반해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더페어스 측에서 임대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 내용 증명을 호텔 측에 보내면서 현재 개최 취소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증진법상 관광숙박사업장은 금연구역으로 정할 수 있지만, 금연구역 지정 및 관리 권한이 지자체에 위임돼 있다”며 서초구의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국가금연지원센터 관계자는 “호텔 실내는 금연구역인데, 이번엔 실내가 아닌 호텔 주변 야외광장을 박람회 장소로 정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청소년의 액상 전자담배 사용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에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무분별하게 제조·수입된 (가향)액상담배 노출로 인한 건강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YMCA청소년본부는 “교육부가 관리·감독하는 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이런 행사를 위해 대관을 허용했다는 게 매우 충격적”이라며 “교육부가 전면에 나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전자담배 흡연 박람회의 대관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금연지원센터와 송파구 보건소는 지난달 26일 문정컬처밸리에서 전자담배 박람회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한편 코리아베이프쇼2024와는 별도의 전자담배 박람회(THE VAPE-K 힙합페스티벌 2024)가 오는 18~28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송산 공원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예고됐다. 이에 인천교육청 등이 개최 저지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주최 측은 아직 신청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지자체는 신청이 접수되더라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