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인공관절 수술 10년새 7배… 회전근개 파열 방치 탓 95%

입력 2024-10-01 04:12
홍경호 세란병원 상지센터장이 회전근개 파열이 의심되는 환자의 어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세란병원 제공

어깨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깨 인공관절 수술은 2010년 511건에서 2020년 3961건으로 10년 사이 7배 넘게 증가했다. 회전근개 파열을 방치해 생긴 관절염으로 인한 수술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덮개처럼 둘러싸고 있는 근육과 힘줄의 복합체다. 팔을 들어올리거나 돌리는 동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전근개 파열을 동반하지 않지만 골절을 치료하지 않는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이차성 관절염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홍경호 세란병원 상지센터장은 30일 “회전근개 파열은 스포츠 외상 등에 의해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어깨를 사용해 오면서 노화에 의해 생긴다. 파열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건강 수준이 올라가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치료하려는 환자들이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어깨 관절의 연골 손상이 심하지 않고 어깨를 움직일 때 제한이 적은 경우엔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봉합 수술을 하거나 보존적 치료를 한다. 하지만 퇴행성 변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돼 연골 손상이 심한 경우 인공관절 치환술로 관절의 운동 범위를 회복시킬 수 있다. 회전근개 파열이 봉합 수술로도 회복할 수 없이 많이 손상됐거나 심한 어깨 관절염이 있는 경우, 또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관절염 환자나 수술 후 재파열된 경우엔 인공관절로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홍 센터장은 “특히 농사나 노동 일을 하면서 회전근개 파열을 방치해 관절염까지 오게 된 경우를 많이 본다”고 했다.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밤에 어깨를 움직일 때 아픈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어깨를 들어올리거나 돌리는 데 제한이 있는 등 관절의 가동 범위가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회전근개를 이루는 근육 중 한두 개가 50% 정도 상한 상태가 ‘부분 파열’에 해당한다. ‘완전 파열’은 근육이 뼈에 붙는 부위가 완전히 떨어졌을 때를 말한다. 완전 파열을 장기간 내버려 둘 경우 근육 위축이 진행돼 봉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관절염으로 악화해 인공관절을 해야 하는 단계가 된다. 부분 파열의 경우 우선 약물 주사, 재활 치료로 통증을 완화하고 주변 근육을 강화해 건강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3~6개월 이상 열심히 치료해도 통증이 심해지거나 파열이 계속 진행하는 경우 부분 파열이라도 수술 치료를 감안해야 한다.

회전근개가 기능한다면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만 회전근개 기능이 아예 상실된 경우 ‘역행성 인공관절술’을 시행한다. 어깨의 운동 무게중심을 바꾸어 옆에 있는 삼각근을 이용해 어깨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고 통증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파열이 많이 진행돼 근육 위축이 와서 봉합이 어렵고 어깨 돌리는 기능을 못 하면 역행성 수술이 적절하다. 최근 인공관절 수술의 95%가 역행성 수술로 이뤄지는 추세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과 달리, 어깨는 체중을 부하하는 관절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교체 수술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수술 후 재활이 잘 이뤄질 경우 3개월 정도 지나면 어깨를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역행성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어깨 힘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고 머리 감거나 식사하고 통증을 잡아 주는 정도임을 인지하고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홍 센터장은 “세란병원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팔 마취만 한 뒤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하듯 주무시는 약을 드리면서 수술하고 있다. 또 최소 절개로 수혈 없이 수술하고 수술 1주일 뒤부터 재활을 시작해 빠른 일상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다른 병원과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