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빅컷(0.5% 포인트 인하)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의 포문을 열었다.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의 신호탄을 던졌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큰 폭의 금리인하가 단행됐다는 점에 금융시장은 이번 결정에 환호했다.
그러나 의구심 역시 강하다. FOMC 회의 이전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은 전월 대비 낮아졌고, 고용에서도 14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미국의 고용시장이 침체와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줬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주거비 상승 영향으로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보다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었으며 소비·생산활동 지표 역시 안정적 흐름을 보여줬기에 이번 빅컷 인하가 서프라이즈로 느껴졌다. 이외에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과감한 인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견제도 강했고, 섣부른 금리인하가 일본과의 금리차를 빠른 속도로 줄이면서 의도치 않은 엔 강세를 촉발해 지난달 5일 겪었던 블랙 먼데이를 재현시킬 수 있다는 이슈 제기 역시 점진적 인하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그렇다면 연준은 왜 빅컷 인하를 단행했던 것일까. FOMC 성명서 발표 이후 진행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파월 의장은 지금의 미국 노동시장이 과거와 다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노동할 수 있는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경기 부양에 나섰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소비가 폭발하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일자리가 넘쳐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구인구직 비율은 2배를 기록했다. 빈 일자리(구인)가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구직자)보다 2배 많다는 의미다.
빈 일자리가 많다면 사람들은 보다 높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택할 것이고, 이직 역시 빨라질 수 있다. 이는 임금 상승과 함께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보다 심화시키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보다 이민을 크게 늘려 부족한 노동의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아울러 물가 제압을 위해 단행된 연준의 과감한 금리 인상은 뜨거웠던 미국의 실물경기를 천천히 식히면서 크게 늘어났던 빈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이에 현재 미국의 구인구직비율은 1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구인 인력 1명당 빈 일자리가 1개라는 의미가 된다. 일자리가 넘칠 때는 강한 긴축을 통해 일자리를 줄이더라도 실업률의 큰 폭 증가는 일정 수준 제어된다. 그렇지만 일자리가 현재 구직 인력 숫자와 비슷해진 상황이라면 이제부터 줄어드는 일자리는 즉각적으로 실업률의 증가를 자극할 수 있다.
또한 이민자가 크게 늘어난 만큼 과거 대비 일자리의 증가가 보다 강하게 일어나야 한다. 과거 미국 경제를 보면 매월 10만~1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양호한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민자 증가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의 풀이 크게 늘어났다면 과거처럼 10만개 수준의 일자리 증가가 이어졌을 때는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며 빅컷 인하를 단행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과거 고물가 국면에서 연준은 성장보다 물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제는 둔화세가 뚜렷한 물가와 자칫 빠른 속도로 높아질 수 있는 실업률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있다. 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성장 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연준의 행보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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