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키우는 게 행복하다’ 사회적 공감대 이뤄져야”

입력 2024-10-01 03:05
이진수(왼쪽) 전 보좌관이 올 초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가 이 전 보좌관 아내 최혜진씨. 이 전 보좌관 제공

이진수(48)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아내 최혜진(49)씨를 17년 전 소개팅으로 만났다.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조금 이른 자녀계획이었다. 이 전 보좌관이 용기를 내 “아이 넷을 낳고 싶다”고 말하자 최씨는 “다섯 명을 낳고 싶다”고 답했다.

당시 외교부에서 근무하던 최씨는 출산과 함께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역할은 내려놓는 대신 ‘살림하는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 살림은 주부로서의 살림도 있지만, 더 나아가 생명을 잉태하고 살린다는 ‘살림’의 의미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소개팅 1년 뒤 결혼에 골인했고 현재 네 남매, 승우(16) 샬롬(14) 영우(12) 충우(10)의 부모가 됐다.

‘망각’이 주는 행복

이 전 보좌관은 대기업 증권사와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쳤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부부에게 네 남매를 키우며 도전이 될 만큼 힘든 적이 없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출산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 힘듦을 ‘망각’하는 축복을 주셨다”며 “나를 꼭 닮은 생명체를 낳고 키우는 재미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네 남매를 비교적 수월하게 키울 수 있었던 건 교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 강남구 그레이스선교교회(황은혜 목사)에 출석하는 부부는 교회 교역자들이 네 남매 양육의 숨은 공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전 보좌관은 “(작은교회란 특성상)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전도사님이 함께 공부를 도와주고 문제를 풀어주고는 한다”며 “공동체가 함께 아이들을 양육하고 지원하는 광경이 교회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산의 기쁨 자랑하는 사회

이 전 보좌관은 사회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사회 분위기가 아이를 낳는 것을 고통스럽게만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아이를 낳고 이를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아이를 기르면서 느끼는 행복을 나누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잠깐의 힘듦을 극복하면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만큼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이 전 보좌관이 국회에서 일하면서 느낀 안타까움도 이와 상응한다. 국회의 주 기능은 입법 기능이다. 그는 “국회에 있으며 느낀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한부모 가정 지원금 제도’”라며 “이 제도는 이혼을 조장하고 비혼·동거가 이득인 구조로 돼 있다. 저출산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가) 결혼과 출산을 이어가는 가구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나 혼자 산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우리 이혼했어요’ 등 결혼과 육아의 부정적인 점을 극대화해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20·30세대에게 건강하지 않은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다.

이 전 보좌관은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육성이다. “당장은 혼자 사는 게 편할 수 있지만 인생을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가 행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결혼과 출산은 힘든 만큼 즐거움이 크거든요. 노년기에 내 자녀가 손주를 낳고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인생의 큰 행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믿음과 소망에 근거한 사랑

부부가 네 남매를 양육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사랑’이다. 단 전제조건이 뒤따른다. 믿음과 소망에 기초한 사랑이다.

이 전 보좌관은 “자녀 교육에서 믿음은 기본적인 토대이며, 아이들이 하나님 말씀 안에서 잘 자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필수 가치”라며 “믿음이 없으면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랑은 온전할 수 없고, 소망은 아이들이 지금은 부족해도 결국 하나님께서 그들을 훌륭하게 성장시켜주실 것이라는 기대감을 의미한다. 결국 부모는 아이들을 믿어주고 소망을 품음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씨는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녀이기도 하다”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하나님의 방법대로 자녀를 위해 기도하고 믿어주면서 양육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했다.

지금의 청년들은 취업 생계 등 당면한 문제로 소망을 잃어버리기 쉬운 세대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전 보좌관은 “인생의 어려운 순간이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매듭이 지어져 있을 것”이라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성경에서 허락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봤으면 좋겠다”고 권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사람만이 그 즐거움을 알 수 있어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재미를 느끼는 젊은 부부가 늘어나길 소망합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