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얼어붙었던 중국 투자 심리에 온기가 번지고 있다.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중화권 증시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련 상품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고점 대비 70% 이상 급락한 중국 대표 기업 알리바바 등의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시장에선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할 경우 중화권 증시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하반기 발표될 경기 지표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으로 최근 1주일 동안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화권 펀드(186개)에 모두 32억원의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한 달 동안 401억원, 3개월 동안 2845억원 자금 유출이 지속되던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수익률도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의 집계 결과 최근 1주일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상품 1~8위가 모두 중화권 ETF였다. 1위는 수익률 40.68%를 기록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로, 이 상품은 항셍테크지수를 기초지수로 홍콩 상장 기업 중 기술 기업에 투자한다. 9월 초 4525원이던 주당 가격이 지난 27일 5515원으로 21.88% 올랐다. 이어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 ‘TIGER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중국 펀드 186개의 최근 1주일간 평균 수익률은 8.14%다.
“1조 위안 공급” 발표에 투자자 환호
중국 투자 심리가 회복된 건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기부양책이 증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앞둔 지난 27일 시중은행 지준율을 0.5% 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발표 이후 대표 지수는 크게 올랐다. 상해종합지수는 9월 13일 2704.09까지 내려갔다가 지난 27일 3087.53까지 상승했다. 심천종합지수도 5거래일 동안 15% 넘게 올랐고 항셍지수는 2주 만에 18%가량 치솟았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심각한 이슈가 대두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상해종합지수가 강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경기 심리의 급격한 냉각을 막으려는 조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주식 시장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내놨다.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원)을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또 기업의 자사주 매수를 위한 대출을 허용하고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주식 시장에 대한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기 투자 자금 유입 촉진과 개인투자자 보호 등을 강조한 가운데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서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증시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월가서도 중국 투자 ‘열기’
미국의 금리 인하도 중국 투자 심리 개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줄면서 수요 회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 여건이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변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의 금리 인하 모두 위기 대처 성격이 아닌 잠재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보험성 성격”이라며 “경제 지표의 급락 가능성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도 다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스캇 루브너 글로벌 시장 상무이사 겸 기술 전략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48시간 동안 중국을 주제로 한 회의가 올해 들어 한 전체 회의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루브너 상무이사는 “미국 대선이 끝나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주식이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중국 증시의 회복이 마침내 도래한 것일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 기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 주가는 지난 1월 18일 68.05달러로 최저를 찍은 뒤 지난 27일 107.33까지 올랐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기업 징둥닷컴의 주가도 지난 1월 22일 21.66달러에서 27일 39.90달러로 84.21% 높아졌다.
“더 상황 봐야” 신중론도
다만 일각에선 중국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 완화 효과는 빠르면 4분기 중순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월 중순에 발표될 9월 실물 지표가 부진할 경우 투자심리 개선세도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0월 중순까지 단기 반등이 이어질 수 있지만 중화권 증시가 구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