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20대 청년 시절은 교회 구제부 활동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한 후에는 교회 청년부 선배들과 구제부를 조직해 어려운 가정을 돌보는 쪽으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는데, 하나님의 사랑을 받다 보니까 이걸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년소녀가장 두 가구와 장애인 가정 등을 돌보면서 살림하는 법을 알려주고 공부도 돌봐주고 나중엔 그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교회에 정착해 결혼하는 것까지 지켜보게 됐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지역아동 돌봄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신당꿈구립지역아동센터에서 김유미(53) 센터장을 만났다. 신당꿈구립지역아동센터는 2007년 시작된 지역의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구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돌봄 시설이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현재 35명의 아이들에게 제2의 가정과도 같은 안온함을 제공하면서 인성교육 학업돌봄 놀이시설에 더해 매일 오후 5시엔 저녁 식사도 나누고 있다. 지역 부모들에겐 방과 후 자녀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그린 색색의 그림이 걸려있는 미술실에서 김 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웃한 신당중앙교회(신광식 목사) 권사인 김 센터장은 주변의 도움으로 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2007년 처음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할 때는 공직에 있는 남편이 대출을 받고 주변 친인척들의 후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곳에서 매일 아침 얼어있는 수도를 녹이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환경은 천국처럼 많이 좋아진 것입니다. 인테리어를 위해 어머님 장례비용을 기부해 주신 장로님 부부, 여름철 아이들 1박 2일 문화체험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교회들. 학원비를 후원하는 입시학원도 있습니다. 매달 10명 정도 한양대 동국대 숭실대 서울대 등 대학생들은 아이들 공부를 돕고 멘토링을 하기 위해 센터에 찾아옵니다.”
김 센터장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굳건하게 성장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센터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청년이 돼 군 복무 첫 휴가를 맞아 양손 가득 음료수를 들고 찾아올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대기업 취업 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직활동에 성공한 청년이 있는가 하면 남자친구와 함께 찾아와 앞으로의 계획을 상의하는 청년도 있다. 방과 후 믿고 아이를 맡길 곳이 확실하니 자녀를 더 낳겠다는 농담도 들었다. 김 센터장은 “7남매 4남매 등의 가정 아이들이 돌봄을 받고 있는데, ‘센터장님 믿고 하나 더 낳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어머니들이 계시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코람데오(coram deo)’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센터 운영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시편 23편의 말씀을 떠올리며 목자이신 주님이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것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능력이 있거나 돈이 많아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주님이 이끌어 주시기 때문에 모든 게 가능했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 은혜”라고 고백했다. 김 센터장은 이 시대 청년들에게 먼저 신앙을 정립하고 이후 몰입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년들에게 먼저 예수님께 깊이 몰입하는 삶이 우선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깊은 사랑을 경험한 후엔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역시 깊이 있게 몰입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기계를 전공하거나 빵을 전공한다거나 할 때 소위 미치는 삶, 열정을 가지고 전문가로 거듭나는 삶이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김유미 센터장이 추천한 다음 인터뷰이
전영상 공간이야기대표
“아이들에게 생활 멘토링
대학입학 첫 등록금 지원도”
전영상 공간이야기대표
“아이들에게 생활 멘토링
대학입학 첫 등록금 지원도”
김유미 신당꿈구립지역아동센터장은 갓플렉스(God Flex) 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아동청소년선교회 회장을 역임한 전영상(73) 공간이야기 대표를 추천했다.
김 센터장은 전 대표에 대해 "2012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설립한 '컴패니언'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생활 멘토링 형태로 청년과 중장년들을 연결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컴패니언은 우리말로 친구, 동반자란 뜻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아동청소년선교회의 컴패니언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멘토링 연결을 해주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정서적으로 돕는 사역이다. 아이들에게 청년 멘토를 연결해 형이나 언니, 삼촌과 이모가 되도록 다달이 만나면서 결연을 하도록 이끄는 한편 멘토와 더불어 후원자도 연계한다. 후원자들은 청년 멘토들의 멘토가 되어 중보기도로 멘토와 멘티를 동시에 후원한다. 아동-청년-중장년이 세겹으로 묶여 있는 네트워크다.
김 센터장은 전 대표에 대해 "아이들의 대학교 진학 시 첫 등록금을 지원하며 청년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없도록 돕고 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