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새로운 도전… “열교환기 결함 AI가 찾는다”

입력 2024-09-30 02:21
울산지역 인공지능(AI) 기업 딥아이(DeepAI) 직원들이 지난 24일 SK 울산CLX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비파괴 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1964년 국내 최초 정유공장으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이 60년 동안 축적한 제조업 노하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새 출발선에 섰다.

지난 24일 찾은 울산시 남구 소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울산CLX)에서는 벌집 같이 생긴 2m 높이의 열교환기 튜브 결함 여부 검사가 한창이었다. 1000여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열교환기는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증류한 뒤 분류하는 과정에서 열을 빠르게 올리고 낮추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40%인 정유 84만 배럴을 정제하는 능력을 갖춘 울산CLX 한 곳에서만 7000대의 열교환기가 작동하고 있다.

365일·24시간 돌아가는 정유공장에서 극심한 온도 차이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열교환기 튜브는 서서히 부식된다. 열교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3㎜의 얇은 두께로 설계된 튜브에 1㎜ 크기의 틈이라도 생기면 내외부 유체가 섞이면서 오염이나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음파를 이용한 비파괴 검사가 필수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여기에 AI를 적용해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소재 AI 업체 딥아이(DeepAI)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비파괴 검사(IRIS) 솔루션을 시연했다. 작업자가 검사 버튼을 누르자 30초도 지나지 않아 AI가 결함 의심 영역을 찾아내고 작업자에게 알려줬다. 두 회사에 따르면 AI 검사의 정확도는 95% 이상이며 사람이 결함을 판독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검사 시간은 90%, 비용은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AI를 통해 튜브의 남은 수명을 진단하거나 3D 모형 검토가 가능해진 것도 장점이다.

울산CLX는 AI 솔루션을 단지 내에서 적용한 뒤 3만개의 열교환기가 있는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수 딥아이 대표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열교환기 검사 인력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어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비슷한 구조의 열교환기가 설치된 발전소나 배터리·반도체공장에도 솔루션을 판매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 기술이 적용되는 배관·보일러·탱크·자동차·항공기부품 IRIS 솔루션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의 AI·디지털전환 솔루션 개발은 IRIS에 한정되지 않는다. 앞서 자체 개발한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오션허브(OCEAN-H)는 사업화에 성공해 울산지역 정유·석유화학 업체 5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석유화학 업체 이수스페셜티케미칼의 이철영 검사팀장은 “해외 업체에 공급하는 솔루션은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소극적이었고 오픈소스도 아니었지만, 오션허브 솔루션은 자사의 인증·분석·정비·검사 자료를 통합 관리할 수 있어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션허브에 AI 기술 접목을 확대해 편의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솔루션 개발을 위해 딥아이에 4만건의 검사 데이터를 제공했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앞으로 산업 지식과 데이터가 집약돼있는 울산에서 기업들과 협력해 AI 사업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