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정부 태도 변해야” 협의체 결국 무응답… 韓 “끝까지 설득”

입력 2024-09-30 00:27
의료계 불참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지연되는 등 좀처럼 의·정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세워진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 표지판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참여를 요청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시한 내 답하지 않으면서 협의체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지만 여당은 의료계 참여를 거듭 호소하고 있다.

29일 의료계 등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참여를 요청한 15개 의료단체 가운데 지난 27일 시한까지 참여 회신을 보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의힘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와의 만남을 계기로 참여를 기대했지만 의협 역시 회신하지 않았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의협이 먼저 협의체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뿐 아니라 긍정적으로 참여 가능성을 검토했던 대한의학회와 병원 단체들도 협의체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협의체 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다른 의료계도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한 의료계 단체장은 “전공의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이나 교수단체가 먼저 참여를 선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의료계를 설득하는) 지금 이 노력은 어떤 시한을 걸어두고 할 일이 아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묵묵부답에도 끝까지 협의체 참여 설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의료계가 계속 호응하지 않으면 협의체 구성을 보류하는 등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도부 한 인사는 “의료 단체마다 협의체 참여나 정부의 태도 변화 등에 대한 온도 차가 큰 것 같다”며 “실효성 있는 협의체 가동을 위해 당장 협의체 출범을 서두르기보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단체들이 참여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대화를 거부하며 협의체 참여를 미루는 사이 정부는 의료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중증·응급 환자 위주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등 5년간 20조원의 재정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의협은 이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계 의견을 반영한 ‘중증 분류체계’부터 선행돼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분류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수가를 몰아주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의개특위를 비롯한 각종 협의체에 불참해놓고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정작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식이다.

이처럼 임 회장이 정부와 어떤 협상도 없이 ‘빈손’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의협 내부에선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진행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설문 조사는 동의자 수가 불신임 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불신임 의견이 77%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이를 토대로 임 회장 불신임안이 정식 발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유나 이종선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