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안정복 (11) 장로 된 후 나눔 더 실천… 교회에도 최선 다해 헌신

입력 2024-10-01 03:04
2016년 9월 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순복음쌍파울로교회에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 성전 헌당 감사예배. 당시 예배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실업인선교연합회 회장이던 안정복 EM미디어 대표도 참석했다.

봉사를 통해 조금의 물질이라도 나누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봉사를 통해 주님을 향한 내 믿음의 크기가 커지는 느낌도 받곤 했다. 꾸준한 활동 덕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표창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나는 지금도 한국교회의 많은 성도가 나와 같은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하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숱하게 했다. 경기도 동두천에 작은 교회를 세우는 데 도움을 주고, 이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교회 인근 텃밭을 구입해 선물한 적이 있다. 봉사를 하러 갔다가 그곳 성도들이 온갖 나물을 가지고 준비한 식사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난다.

혼자 살던 한 노인의 집에 가서 어르신과 함께 자주 예배를 드린 시기도 있었다. 그 어르신은 자신이 언젠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면 집 인근 야산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 그분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성도들과 함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르신의 관을 들고 산을 올랐다. 비가 억수처럼 쏟아진 날이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미끄러졌다. 우리는 하지만 끝까지 산을 올라 어르신의 유언처럼 산 중턱에 그의 시신을 묻었다. 나이가 든 지금도 이상하게 그때 생각이 자주 난다. 그 어르신은 지금쯤 천국에 계실까. 하나님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봉사의 장소는 나환자들이 있던 동네다. 한때 천형처럼 여겨지던 한센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우리는 사랑과 복음을 전했다. 성도들과 대우자동차에서 나온 작은 승용차를 타고 그곳에 도착하면 항상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여름엔 엉덩이에 땀띠가 날 정도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한센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손가락이 없는 사람, 얼굴 형태가 망가진 사람, 다리가 불편한 사람…. 우린 그들과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고 예배를 드렸다. 오로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가슴 깊이 느끼곤 했다.

시간이 흘러 1996년 장로가 된 뒤에는 나눔의 뜻을 실천하는 일에 더 몰두했다. 장로라는 직분은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교회를 섬겨야 하는 자리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가 되고 나는 교회에서 벌이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사회사업선교회 회장을 맡았고 실업인선교연합회 회장으로도 일했다.

장로라면 교회에 물질을 후원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회 담임목사인 이영훈 목사님이 해외 성회를 인도할 때면 동행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내 몫의 항공권이나 숙박료 등을 부담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신기한 것은 제법 큰 비용을 들여 해외에 나갔다 오면 그만큼의 돈을 하나님이 곧바로 채워주셨다는 점이다. 가령 일주일 정도 해외 선교를 위해 외국에 갔다가 돌아오면 평소보다 매출액이 크게 늘어있곤 했다. 그런 경험이 한두 번 쌓이면서 교회를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물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어차피 하나님이 다시 채워주실 것을 믿으니까, 하나님의 일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