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1일 차기 총리로 취임한다. 이시바 내각이 들어서면 한·일 관계와 동북아 외교 지형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선 그가 친한파로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 입장을 취해온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바라고 있는 점에선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시바 총재는 한·일 관계에 있어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피해자들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고,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했을 땐 “지역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거부해 왔다.
이런 바탕엔 그가 4대째 기독교인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기독교계는 전체 인구의 0.44%일 정도로 소수다. 기독교인 총리 배출도 1950년대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일본 기독교계는 주류인 강경 보수파와는 달리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과해 왔다. 옳은 일에 옳은 목소리를 내온 이들이 그들이다. 이시바 총재도 “과거의 한·일 관계를 모른 채 외교적 노력을 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해 왔다.
이시바 총재의 이런 입장에 비춰 보면 한·일 관계가 앞으로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총재 선거 때 낸 책에서도 “한·일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극적으로 개선됐다. 일본도 이 호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관계가 개선된 건 한국 측이 많이 양보한 덕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이 ‘물잔의 절반’을 채웠지만 일본이 아직 나머지 절반을 안 채운 것이다. 이시바 총재가 취임하면 본인의 과거사 발언들이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주기 바란다.
이시바 총재는 선거 때 미국 내 자위대 훈련기지를 세우고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창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판 나토에선 미국의 핵 공유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중·러 도발 억제 차원이겠지만 자칫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도 있는 구상이다. 한국으로선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는 한층 더 발전시키되,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견제하는 투 트랙 외교 전략이 절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