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미리 계획을 알리지 않았고 사후에서야 ‘저항의 축’ 맹주 이란의 보복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측이 나스랄라 살해와 관련해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고 관련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나스랄라 살해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스라엘은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일을 저지르고는 뒷수습만 요청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나스랄라 제거에 대해선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 측의 투명성 부족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 당국자들이 나스랄라 제거가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간 긴장을 심화시키고 중동 지역 확전을 불러일으킬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통제력 상실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활동한 리처드 골드버그는 AP통신에 “미국이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요청할 때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휘본부를 공격했다. 미국의 취약함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CNN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이스라엘 총리가 앞서 미국과 프랑스가 제시한 ‘3주 휴전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을 통해 전달받고 휴전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 정부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미국 일각에선 네타냐후가 바이든 행정부를 ‘패싱’하고 나스랄라를 살해한 것이 미 대선에서 트럼프를 도우려고 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NYT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추측이 나온다는 것은 지난 몇 달간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깊어진 불신과 의심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