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탈북민 목회자 송혜연(43) 하나로드림교회 목사는 한때 노회(지역) 목회자 사이에서 ‘신데렐라’로 불렸다. 송 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때는 2012년 4월. 당시 같은 노회 목사 중엔 탈북민은커녕 여성조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교회에서 만난 송 목사는 “북한에서 넘어온 30대 여성 목사가 다른 목사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이런 별명이 생긴 듯하다”면서도 “10년 넘도록 목회를 이어가니 동역하는 목사님들이 늘었다. 2년 전엔 노회에서 감사패도 받았다”고 했다. 노회 개척교회 설립·관리위원회에 대여한 부채를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상환해 받은 상이었다.
“사실 저는 한국에 와서 탈북민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한국교회와 주변 목사님들의 도움 아래 신학 공부를 하면서 먹고살기 바빴거든요. 또 다른 탈북민들에겐 어떤 어려움과 아픔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어요.”
송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재학 중에도 한국교회 목사가 아니라 해외 선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탈북 당시 만난 선교사님들처럼 제3국에 머무는 탈북민들을 돕는 게 꿈이었다”며 “한국보다 해외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복음과 도움이 더 절실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미광교회(전봉걸 목사)에서 4년 넘도록 교육 전도사로 사역하면서도 그의 마음은 해외에 있었다. 한데 어느 날 송 목사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한 사건 이후 그는 국내로 눈을 돌렸다.
“탈북민 임대 아파트 11층 입주민이 자살했어요. 36살, 탈북민 여성. 그분 아들은 하나원에서 엄마를 만나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들었고요. 꼬박 열흘 동안 눈물이 마르지 않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은 자유민주주의 안에서 큰 어려움 없이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면서 교회를 개척하기로 했어요.”
그는 국내 탈북민들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탈북민, 몸이 아파도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 병원에 가지 않는 탈북민 등. 그런데 생계뿐만이 아니었다. 교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도 적지 않았다. 송 목사는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가 퍼진 때도 아니었는데 주일마다 거실 TV 앞에서만 예배드리는 탈북민 성도들을 여럿 만났다”며 “정작 이단 교회가 버스를 대절해 탈북민들을 실어나르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했다.
송 목사는 “교회 개척을 다짐한 뒤 매일 과일을 들고 탈북민 가정에 심방 다녔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 안 나가는 여성 탈북민들도 ‘언니가 개척한 교회엔 나가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탈북민 여성 11명과 교회를 개척했다”고 했다.
탈북민 여성 목회자가 교회를 개척했다는 소식은 탈북민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 금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또 통일 선교에 비전을 품은 남한 성도들까지 교회에 등록하면서 교회는 개척 7년 차에 ‘남북의 성도들이 함께 통일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로 비전을 재설정했다. 남북한 성도 비율이 각각 절반쯤 되는 교회의 주일 예배엔 매주 교인 40여명이 출석 중이다. 60여평(198㎡) 상가에 첫 둥지를 튼 교회는 10여년이 지나 약 120평(396㎡) 공간으로 이전했다.
3040 여성 탈북민 목회자로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을까. 송 목사는 “탈북민 남성이 교회에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탈북민 남성들은 여성 목회자를 선호하지 않는 듯하다”며 “노회 목사님들도 50대 이상 남성이다 보니 어울리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반대로 여성 목회자라서 가진 장점도 있었다. 그는 “여성 탈북민들은 남성에게 자신의 속 얘기를 잘 꺼내지 못한다”며 “내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상담을 요청하지 못했을 탈북민 성도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젊은 감각 역시 통일 선교 사역에 활용됐다. 제3국 선교에 화상회의 플랫폼을 접목하면서 하나로드림교회 예배 참석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많아졌다. 제3국에서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는 이들만 약 90명. 송 목사는 “온라인 예배 창을 보면 제3국 탈북민들의 얼굴로 꽉 차 있다”며 “평일에도 이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지역마다 리더들도 전부 세워져 있다”고 했다.
하나로드림교회 성도들의 비전은 하나다.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 고향에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송 목사는 “우리 교회는 지역교회가 아닌 미션교회”라며 “남한에서 잘 먹고 잘살려고 교회를 개척하지 않았다. 남한 성도들도 북한에 교회를 세울 비전을 함께 품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