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이 26일 국회 본회의 재의 표결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이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표결 끝 폐기라는 ‘소모적 입법전쟁’이 또다시 재연됐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쟁점법안들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다. 6개 법안 모두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라는 재표결 가결 조건을 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 7~8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지난달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이다.
대통령실은 재표결 결과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들 법안은 여야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법안”이라며 “야당은 반복되는 위헌·위법적 법안 강행 처리와 ‘쳇바퀴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법안 처리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부결로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으로 저지할 수 있어 현 정부 임기 동안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야당은 이에 더해 지난 19일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법’(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다음달 초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 표결을 두고도 정면 충돌했다. 여야가 1명씩 인권위 상임위원 선출안을 제출해 표결에 부쳤는데,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후보자가 야당의 압도적 반대표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사기 당했다”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때 본회의가 중단됐다.
최승욱 이경원 박장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