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창조 섭리 거스른 죄” 못 박은 서울선언문

입력 2024-09-27 03:03
제4차 로잔대회 참석자들이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센터에 모여 토의하고 있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제공

제4차 로잔대회가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 섭리를 거스른 죄”라고 천명했다. 동성애·동성혼을 비롯한 반기독교적 물결이 전 세계에 거세게 밀려드는 가운데 복음주의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서구교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적극 대응, 방어하지 못해 초래된 어려움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의지로도 읽힌다.

26일 국제로잔은 홈페이지에 ‘서울선언문’을 공개했다. 서울선언문은 지난 1~3차 로잔대회와 달리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확고히 했다. 5장 ‘인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고 회복되는 존재’에 따르면 “성경은 남성과 여성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는 창조주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확언한다”며 “우리는 섹슈얼리티(성적 지향성)에 대한 왜곡을 탄식한다. 개인이 우리의 창조성과 무관하게 젠더를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또 “결혼의 범위를 벗어난 성관계는 창조주의 설계와 의도를 위반하는 죄악이라고 선언한다. 동성 파트너십을 성경적으로 유효한 결혼으로 정의하려는 교회 내 모든 시도를 애통해한다”며 혼인 외 성관계와 동성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언문은 신구약 성경에서 동성애를 기술한 본문을 열거하며 “이 본문들은 동성 간의 성관계가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맺은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표준을 위반하는 것으로 진술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교회 안팎에서 동성에게 끌림을 경험하는 이들을 향해서는 목회적 돌봄과 건강한 사랑, 제자 훈련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선언문은 특정 입안자 없이 국제로잔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빅터 나가 박사, 스리랑카 아이보 푸발란 박사를 중심으로 33명의 신학자가 공동 참여해 작성했다. 서울선언문은 서문에서 모든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공동의 신념을 확인했으며 지난 50년간 로잔언약(1974), 마닐라선언(1989), 케이프타운서약(2010)의 지침을 계승했음을 선언했다.

선언문은 이외에도 세계에서 분쟁 중인 민족들의 평화를 위해 그리스도인이 화해의 역할을 할 것을 독려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을 다짐하며 북한 내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종식되길 촉구했다. 또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상황 속에서 모든 교회와 지도자들이 디지털 시대의 기술을 제자 훈련에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로잔대회 닷새째를 맞은 이날 인천 송도 컨벤시아센터에서 열린 저녁 집회는 ‘한국교회의 열두 돌’이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139년 선교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 역사를 추상화했다. 기획자인 추상미 감독은 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사에서 하나님이 행하신 12개 사건을 꼽아 공연으로 구현했다”며 “한국교회의 과제와 도전 등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