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지 않으면 죽을 것입니다. 그저 상처를 입는 게 아니라 죽고 말 것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이 성공할수록 ‘기도하기엔 너무 바쁘다’는 생각이 강해질 텐데 이건 정말이지 아주 치명적입니다.”
미국 복음주의권을 대표하는 목회자이자 작가, 기독교 변증가인 팀 켈러 목사가 생전 인터뷰에서 기독교계 지도자에게 당부한 말이다. ‘기도하지 않는 지도자는 자신뿐 아니라 그가 몸담은 조직도 파괴한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안타깝게도 켈러 목사의 이 경구는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기업 컨설턴트와 비영리단체 대표로 구성된 이 책의 저자들 역시 지도자의 기도 생활과 조직의 운명 간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삼상 12:23)란 성경 말씀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기도 생활을 소홀히 하는 지도자는 개인과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3년간 전 세계 교회와 비영리기구, 비즈니스 세계에서 존경받는 지도자 54명의 개인기도 생활을 분석했다.
이들이 면담과 자료 조사로 살펴본 인물 가운데는 미국의 대형 공예품 도매회사인 하비로비 설립자 데이비드 그린과 투자은행가 피터 쿠바섹 등 기업·금융인과 존 파이퍼 목사 등 현 교계 지도자, ‘하나님의 임재 연습’으로 유명한 17세기 수도사 로렌스 형제와 ‘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 등이 포함됐다.
저자들이 발견한 이들의 공통점은 “시중에 널린 각종 ‘리더십 원칙’ 대신 ‘의도적인 기도 생활’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기도 생활은 운동 습관을 들이듯 “하루와 한 주, 한 해의 기도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조직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기도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건 자칫 비생산적 행위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나 같이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매일 즐겼다.
예수 역시 기도로 사역을 시작하고 마무리한 ‘기도하는 지도자’였다. 열두 제자에게 “항상 기도하며 낙심하지 말 것”을 당부한 그는 명성을 얻었을 때나 고난을 겪을 때나 항상 기도에 힘썼다. “하나님은 성과가 아닌 그분과의 교제 자체를 기뻐하기 때문”이다. 기도로 하나님과 교제하면 성과 또한 따라오지만(요 15:4~5) ‘요술 방망이’처럼 원하는 걸 다 이뤄주는 건 아니다. 저자들은 “하나님과 시간을 허비하기 위해 삶의 속도를 늦추는 건 유례없이 바쁜 이 시대의 지도자에겐 특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동서고금 속 기도하는 지도자들은 이를 실천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기도의 저력은 위기를 경험할 때 특히 빛난다. 르완다의 무담보 소액 대출기관 우르웨고 은행 대표 크리스틴 바잉가나도 그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막대한 부채로 휘청이던 은행을 회생시켜 ‘아프리카 10대 여성 금융인’으로도 꼽힌 바잉가나는 자신의 공을 기도로 돌렸다. 그를 비롯한 전 직원이 지난 2021년 28일간 금식기도를 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이후 얻은 성과여서다. “회생은 전략 덕에 이뤄진 게 아니”라고 단언한 바잉가나는 “팬데믹 기간 동안 꾸준히, 간절하게 기도하며 하나님께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 지도자는 모든 일에 자신보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장 말미에는 기도하는 지도자의 사례에서 길어낸 ‘기도 가이드’가 실렸다. 일상 속 기도 습관을 들이기 위한 ‘기도 계획표 작성법’부터 기도에 집중하기 좋은 자세 조언까지 실생활에 적용할 만한 구체적 정보가 상세히 담겼다. 무엇보다 이 잭의 진가는 ‘지도자가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기도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데서 드러난다. 결국 기독교인의 진정한 리더십은 하나님과 교제하는 기도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교계 지도자가 모여 내년도 교회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교단의 총회 철을 맞은 요즘 각별히 새길만 한 말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