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남북 두 국가론’ 주장을 두고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부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비서실장도 “당 입장과 다르다”며 두 국가론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이날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 발언이 평화통일을 추구하도록 돼 있는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에게 “임 전 실장 페이스북 메시지는 당 입장과 다르다”며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당 강령과도 맞지 않는 주장이고, 평화통일을 추진하고자 하는 그동안의 정치적 합의와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당론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국가론을 비판한 발언도 회의에서 언급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임 전 실장 발언이 마치 민주당 당론이거나 중요한 다수 의견인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는 보수 정부, 진보 정부 할 것 없이 북한과 관련해 그동안 축적해온 통일 관련 노력의 흐름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주최 토론회에서도 두 국가론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일부 토론자는 임 전 실장을 비롯한 ‘586세력’이 주도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토론회에서 “임 전 실장의 주장은 좋게 말하면 이상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개념 없는 소리”라며 “논리적이지 못한 정치적 발언에 왜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도발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무지했고, 임 전 실장도 무지했다. 이런 무지가 평화의 실패를 만들었다”고 발언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임 전 실장의 글은 ‘나르시시즘적 평화 타령’이다. 자기만족적으로 평화를 외치기만 하면 평화가 올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얘기인가”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야말로 지금 정확하게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평화적인 두 국가 상태로 하루빨리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왕래하며 협력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반박글을 올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