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본격적으로 축소사회로 접어들었다. 교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교인이 줄어들며 부흥의 활력마저 식어가고 있다.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국민일보는 2024 연중기획 ‘축소사회 홀리브리지’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교회론’ 모색에 나섰다.
다음 달 1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에서 열리는 ‘2024 국민미션포럼’을 앞두고 국민일보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김병삼(만나교회) 한규삼(충현교회) 이기용(신길교회) 목사와 교회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좌담했다. 사회는 이명희 종교국장이 맡았다. 세 목회자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복음적 삶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회=이명희 종교국장
-목회 현장에서 축소사회를 얼마나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김병삼 목사=축소와 확대라는 양면적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결국 양극화다. 양극단에 대한 대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 또한 모든 교회가 사역을 다 감당하는 기존 사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제주도 행원교회는 어린이를 위한 사역에 특화된 작은 교회인데 교회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운 이웃 교회들이 이 교회에 교회학교를 위탁하는 식의 대안을 찾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한규삼 목사=교회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축소사회 속 교회론의 구상은 양극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공허해질 수 있다.
△이기용 목사=지난해 통계를 보면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가 70%를 웃돈다. 이렇게 줄어든 다음세대가 장년이 될 때 한국교회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놓일 게 분명하다. 교회는 ‘서바이벌(생존) 차원’에서 언론, 정부와 협력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자칫 100여년 전 부흥했지만 지금은 노인 예닐곱명 앉아 있는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사회가 다문화 다인종 현실에 적응하고 포용력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 인구도 줄어드는데 700만 해외 디아스포라 중 귀국을 원하는 이들의 빠른 정착을 위해 이중국적 문제도 유연하게 풀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선 다각도의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양극화 속에서 작은 교회의 어려움이 극심하다.
△김 목사=앞선 행원교회 사례처럼 축소사회 속에서 필요한 건 전문성이다. 개척을 앞둔 젊은 목사들에게 늘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잘하는 사역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규모가 큰 교회의 사역을 따라가면 안 된다.
△한 목사=축소사회 대응을 팽창사회적 인식에서 하는 게 문제다. 교회에 필요한 건 ‘목회적 창의성’이다. 압축된 큰 교회가 아니라 창의적인 작은 교회 사역 모델이 필요하다.
△이 목사=한국교회가 미국교회만을 롤 모델로 삼아서는 안 될 것 같다. 결국 미국도 큰 교회만 살아남고 있는데 작은 교회를 통한 저변이 부족하다 보니 이마저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한국교회는 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수도권에선 축소사회 체감이 아무래도 늦다. 농어촌에서 수도권을 향해 여전히 이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추세는 어느날 갑자기 꺾인다. 그땐 속절없이 무너진다.
-30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산다. 이런 현실에 대한 목회적 고민이 있다면.
△이 목사=이미 우리 사회는 다인종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편에선 우리가 이들로 인해 타종교화 될 수 있다고도 우려하는데 복음엔 이런 걸 극복할 능력이 있다. 복음의 순수함만 회복한다면 부흥의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온다. 외국인을 품어야 하는 이유다. 탈북자 자살률이 높은데 가슴 아픈 일이다. 사회는 물론이고 교회도 배타적이어서다. 문턱을 낮추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품어야 한다.
△한 목사=농어촌교회를 보면 담임목사가 60대이고 교인은 모두 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에도 젊은 외국인 세대가 있다. 이들이 지역 속에서 동화되고 함께 지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회가 앞으로도 세상의 희망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게 있나.
△이 목사=교회는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교회 지도자들이 너무 엄격하다. 교회도 총회도 그렇다. 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아이 데리고 교회에 오는 가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승강기를 양보하거나 배식을 먼저 받도록 양보하는 것부터 실천하자.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통전적 목회가 필요하다.
△한 목사=축소사회의 출발이 프랑스 대혁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만 믿음을 가르치라”는 사인이 뿌리내리고 말았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축소사회 교회론을 이야기할 때 삶 속에서 성도로 살길을 찾는데 관심을 먼저 가져야 한다. 어릴 때 예수 믿는 분들이 멋있고 교회가 매력 있었다. 전도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앨런 크라이더의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라는 책에 보면 초기 교회 때 인내라는 매력이 발효하며 복음이 확산한 걸 알 수 있다.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확산하는 교회로 전환해야 한다.
△김 목사=존 스토트가 설립한 ‘런던현대기독교연구소(LICC)’에서는 ‘주일에 몇 명 모이는가’에서 벗어나 ‘프런트 라인 미니스트리’ 즉 세상 속에서 어떻게 제자로 살지 고민하기 시작하자 젊은이들이 교회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복음으로 사는 게 큰 힘을 지녔다는 증거다.
△한 목사=흩어지는 교회가 시대적 요구다. 이를 통해 침체한 교회가 회복할 것이다. 숫자가 줄어들지는 몰라도 복음적 영향력만큼은 확장될 것이다.
△이 목사=우리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교회 밖 교회로 향해야 한다. 교회 밖에 있는 잠재적 신자들이 교회와 성도를 어떻게 볼지 고민해야 한다. ‘꼭 필요한 존재들’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순교자적 삶을 살아야 희망이 있다.
△한 목사=맞다. 모이는 교회를 지향하던 전통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뱃머리를 돌리면 비로소 희망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그동안 모였다면 이제는 흩어지고 앞으로 다시 모이면 된다. 모이기만 하는 교회에서 벗어나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의 삶을 살자.
△김 목사=은혜의 선순환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교회에서 예배만 드리고 은혜가 교회에서 사회로 나간 뒤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니 복음이 단절된다. 신앙의 자부심은 교회에 모이는 데 있고 복음의 은혜는 흩어지는 데 있다는 걸 기억하자.
△이 목사=한국교회는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데 미숙하다. 탁월한 목회자가 많은데 몇몇 목회자가 한국교회 이미지를 망친다. ‘디자인 시대’에 이미지가 망가지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교회가 대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통해 탈 기독교 현상을 멈추게 해야 한다. 복음은 견줄 게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국민미션포럼에서 레너드 스위트 석좌교수가 ‘디지털 지옥: 인공지능(AI) 시대의 신앙’을 주제로 강연한다. 기술 발달과 복음의 관계는 어떠할까.
△한 목사=축소사회 속에서 종교가 타격을 입는데 이 빈틈에 AI 기술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면 결국 인간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통해 신이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압도적인 AI 기술의 강력한 도전이 젊은이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 아닐까 우려스럽다. 교회는 희망으로 무장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이 목사=지난해 리서치에서 청년들이 ‘예배와 영성 회복’에 대한 바람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영성 회복에 방점을 찍는 목회가 필요하다. ‘영성 터치’에 집중하자. AI는 영성적 접근을 할 수 없다. 목회자가 필요한 이유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