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안 된다는 검찰 의견에도… 최재영 사건 수심위, 기소 권고

입력 2024-09-25 00:13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선물한 최재영(가운데) 목사가 24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 사건을 심의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24일 검찰에 최 목사 기소 의견을 권고했다. 앞서 김 여사 수심위와 달리 최 목사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가방 전달의 청탁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던 검찰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수심위는 이날 대검찰청 청사에서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위원 15명이 오후 2시부터 8시간 넘게 심의를 진행한 끝에 기소 8명 대 불기소 7명 의견으로 갈렸고, 다수결에 따라 기소 권고로 의결됐다. 최 목사의 명예훼손,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권고가 나왔다. 최 목사는 이날 수심위에 출석하지 않았고, 변호인이 출석했다. 최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반사적으로 내 죄를 방어할까 봐 염려가 있었다”며 “수심위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이득이 더 크다고 보고 논의 끝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심위는 생경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피의자 측은 처벌을 주장하고, 검찰은 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맞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최 목사 측은 수심위에서 “명품가방 등은 부정한 청탁의 실현을 위해 건넨 대통령 직무 관련 금품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가방 전달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국정자문위원 임명, 통일TV 재송출 등 청탁을 위한 대가였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6일 김 여사 수심위 때와 마찬가지로 명품가방 등 전달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최 목사의 검찰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화장품과 향수는 취임 축하 선물, 명품가방은 김 여사를 접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검찰은 최 목사가 명품가방 전달에 대해 “함정 취재 목적이었다”고 주장해온 만큼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날 기소 권고 결정은 수심위 다수 위원이 명품가방 전달의 직무관련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검찰 수사팀의 김 여사 불기소 방침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상 직무 관련 금품을 받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지만, 김 여사의 알선수재 등 혐의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신고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배우자가 직무 관련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지한 공직자는 해당 사실을 소속기관장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신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명품가방 관련 취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가방의 존재를 인지했고, 별도의 신고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심위 권고에도 검찰이 최 목사와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방침을 뒤집을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권고를 따르지 않고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모두 불기소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형민 박재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