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미국 핵 추진 잠수함의 부산 입항 사실을 포착했다며 일시와 분초까지 특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들의 감시자산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명분으로 핵 무력 강화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북한) 국가수반의 직속독립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10시3분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 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 물체를 포착했으며 그 정찰자료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광기적인 군사 전략적 기도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이상 물체’는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 추진 잠수함인 버몬트함(SSN-792·7800t급)이다. 버몬트함은 2020년 4월 취역해 길이 115m, 폭 10.4m로, 승조원은 130여명 규모에 달한다. 최종일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버몬트함이 23일 군수 적재 및 승조원 휴식을 위해서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부부장은 “결코 유람항행으로 볼 수 없다”며 “걸핏하면 핵전략 자산을 꺼내 들고 힘자랑을 하며 상대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키고 기어이 악의적인 힘으로써 패권적 특세를 향유하려는 미국의 야망이 극대화되고 있는 데 대한 증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조선 반도 지역에서 자기의 안식처를 찾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의 모든 항과 군사기지들이 안전한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계속해 알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몬트함의 구체적인 입항 날짜와 시간까지 공개한 것을 감안하면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의 감시자산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지난 5월 정찰위성 추가 발사에 실패하고 이후에 재발사를 못 하는 상황을 가리고 싶은 것”이라며 “지난해 쏜 자신들 위성만으로 정찰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도 “24시간 한반도를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핑계 삼아 본인들의 핵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계속 핵 능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