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달 초 글로벌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전체 규모를 약 3조4000억달러로 추산하며 이중 2000억달러(6.5%)가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24일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가능 규모 추정’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채권 등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걸 말한다.
보고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기대 수익률은 지난 2022년 이후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지난 7월 엔화의 통화절상 이후 실현 수익률이 손실로 전환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이런 변화가 지난달 초 대규모 자금 청산으로 이어졌고, 주요국 증시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빅컷’(한 번에 0.50% 포인트 인하)으로 양국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 매력도는 더 떨어지는 추세라며 향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자금 청산(2000억달러 규모)이 다시 본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위기를 직접 유발하진 않지만,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킨다”며 “지난달처럼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