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두고 MBK파트너스·영풍과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반격에 나섰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나와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경영 무능력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져간다면 지난 50년간 쌓아온 핵심 기술이 해외 자본에 유출될 것이라며 전원 퇴사를 불사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고려아연은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기자회견을 한 지 닷새 만이다. 이날 이 부회장을 포함한 핵심 기술인력 20여명은 고려아연 작업복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영풍은 현재 사업이 부진해 적자에 시달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으며 인원 감축까지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면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의 동업 관계가 약 4~5년 전 영풍이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산업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가 영풍의 폐기물처리 공장이 되지 않도록 막은 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라며 “그때부터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한 증거도 가지고 있으나, 최 회장의 만류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에 대해 “제가 대표이사 시절 장 고문이 부탁하신 사항을 거절하자 ‘네가 누군데 감히 내 말을 거역해? 너 내가 자를 수 있어’라고 말한 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핵심 기술 인력들은 모두 퇴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차지하게 된다면 우리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며 “MBK파트너스는 50년의 기술이 쌓인 고려아연을 경영하지 못한다. 저부터 기술자들까지 거기에 가지 않겠다. 다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지적한 투자 관련 의혹에 대해 일부 해명했다. 이 부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관련해 “단순한 재무적 투자였으며 여러 분산 투자처 중 하나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였다”고 설명했다.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의혹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고려아연에 꼭 필요한 사업으로 저희는 미래지향적 투자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계획이나 백기사(우호세력) 확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이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