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 작곡과 재학시절 전국대회 콩쿠르에서 우승해 단 1명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일찍이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감리교신학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목회자가 됐다. 20년간 음악을 접고 미국 한인교회에서 사역하다 입국해 지금은 강원도 원주 노인요양기관에서 스무명 남짓 노인을 섬긴다. 그러면서 한 곡 한 곡 찬송가를 작곡한다. 돌고 돌아 결국 찬송가를 작곡하는 인생으로 부르심을 받은 민경중(61·사진) 평심원감리교회 목사 이야기다.
민 목사는 24일 서울 광화문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예술가는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인데 저는 하나님께서 몰아간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강원도 산골에서 어르신들과 사는, 겉보기에 한없이 단조롭고 지루한 모양새지만 찬송가를 작곡하도록 내몰리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찬송가를 작곡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찬송가는 지나친 예술화와 장르화를 지양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 찬송을 부르게 할까에 주목하면서 가사에 집중합니다. ‘가사는 몸이고 음악은 갈아입을 수 있는 옷과 같다’고 교회음악의 원로가 말씀했습니다. 성도들이 함께 부르며 신앙적으로 공명하고 하나님과 교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 목사는 다음 달 10일 감신대 웨슬리채플에서 생애 첫 찬송가 발표회를 연다. 한국교회 합창음악의 대부인 김명엽 전 연세대 교수가 이끄는 서울바하합창단과 함께 그동안 작곡한 찬송가를 모아 ‘민경중 교회음악의 밤’ 공연을 진행한다. 민 목사는 구한말 구약성경 번역의 시초인 알렉산더 피터스 목사의 1898년 발간 ‘시편촬요’ 가운데 시편 8편을 발췌한 찬송가를 언급했다. 그는 “전통 음계로 쓰였고,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먼저 내놓은 찬송가”라고 덧붙였다.
민 목사는 공연 막바지에 초연될 독백극 ‘베드로’가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격정적 사연이 많다는 점에서 베드로와 닮아있다고 전했다. 여덟 개의 곡으로 이뤄진 칸타타는 베드로의 시선을 따라가며 최후의 만찬에서의 격정, 기드론 시내 건너편 동산에서의 과신, 가야바 집 뜰 밖에서의 배신, 어느 골방에서의 자인, 디베랴 호수에서의 냑향 확인 서원 등을 거쳐 주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민 목사는 “예수님께 사명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던 베드로, 그가 지닌 하나님을 향한 불굴의 지향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